檢, ‘e스포츠협회 의혹’ 전병헌 직접 수사한다

입력 2017-11-16 05:05

田 수석과 후원금 수수·횡령 피의자 모두 직간접 연결

비서관 윤씨, 후원금 수수 주도
횡령엔 비서관 김씨·배씨 가담
배씨 지인·인척 통해 자금세탁

田수석, e스포츠협회장 오른 후
측근 동원 사실상 사조직화
윤씨, 법인카드 1억여원 탕진도


검찰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직접 수사를 공식화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수수 및 횡령 사건에 등장한 주요 피의자들은 모두 전 수석과 직·간접으로 얽혀 있다. 전 수석은 “불법 행위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주변 인물을 차례로 수사망에 넣으면서 그를 점차 포위해 들어가고 있다. 전 수석은 현 정부 청와대 고위인사로는 처음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설 것으로 보인다.

‘후원금 수수·횡령’ 전 수석 측근들이 주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15일 “수사 진행 상황 등을 감안할 때 협회 명예회장이던 전 수석을 조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날 핵심 참모인 전 수석 조사 방침을 밝힌 것이다. 전 수석은 늦어도 다음 주 안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실에 앉게 될 전망이다.

롯데홈쇼핑이 2015년 7월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3000만원을 후원하고, 이 가운데 1억1000만원이 빼돌려지는 과정에 연루된 인물들은 모두 전 수석의 지인들이다. 후원금 수수는 전 수석의 전직 비서관 윤모(34·구속)씨가 주도했다. 그는 롯데홈쇼핑 방송 재승인 결정이 난 직후인 2015년 5월 초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을 불러 재승인 심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롯데홈쇼핑 측에 후원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 돈을 뇌물로 판단했다.

자금 횡령에는 윤씨와 동료 비서관인 김모(구속)씨, 폭력조직 구로동식구파 출신 배모(37·구속)씨가 공동으로 가담했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배씨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전해졌다. 그의 SNS 계정은 민주당 정치인, 전 수석 지역사무실 관계자 다수와 연결돼 있었다. 배씨는 전 수석의 보좌진을 통해 그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의 한 지인은 배씨가 수년 전부터 전 수석 일을 도왔다고 했다. 총선 때 이른바 ‘병풍’으로 동원됐고, 전 수석 딸이 모 대학교 총학생회장을 할 때도 도왔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후원금 자금세탁에 동원된 T사와 S사 대표도 배씨와 지인이거나 인척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S사 대표는 전 수석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 청년위원장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보좌진과 지인 등 다수가 자금세탁까지 하며 거액의 협회 자금을 횡령하는 과정을 전 수석이 전혀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전 수석, e스포츠협회 사조직화?

전 수석은 국회의원이던 2013년 1월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e스포츠협회장에 올랐다. 이전엔 1999년 창립 후 줄곧 기업인들이 회장을 맡아 왔다. 전 수석 체제에선 그의 비서관 윤씨가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소속은 아니지만 내부에선 회장 비서로 통했다. 2011년 회장사인 한 통신업체에서 협회에 파견 나온 조모(46)씨는 윤씨를 부회장이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전 수석 취임 이후인 2014년 사무총장이 됐다.

검찰은 전 수석이 회장 취임 후 윤씨와 조씨 등 측근들을 통해 한국e스포츠협회를 사실상 사조직화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 수석이 국회의원 겸직 금지 규정에 따라 2014년 12월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났지만 따로 후임을 세우지 않고 조씨에게 대행을 맡긴 것도 계속해서 협회를 관리 하에 두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조씨는 협회의 예산·인사·행사 등 주요 업무를 윤씨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등이 협회 후원금을 빼가는 걸 알면서도 묵인 내지 동조했고, 지난해 전 수석이 낙천된 후 윤씨에게 협회 법인카드를 지급해 사용케 했다. 윤씨는 카드로 1억여원을 유흥비 등에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직원들이 전 수석 공천 탈락 항의 집회에 동원되고, 협회 이사회 측이 정관을 바꿔 전 수석에게 급여를 지급한 배경에도 전 수석 측근들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협회 예산이 전 수석 의원실 직원 등의 급여로 흘러간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살림살이를 담당했던 조씨에게 자금유용, 자금세탁 외에 허위급여 지급 혐의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는 이날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받았다.

글=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