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형 교회 시대가 온다] “우리는 흩어지기 위해 모이는 교회”

입력 2017-11-16 00:00 수정 2017-11-17 15:41
경기도 성남에 있는 동네작은도서관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인형극을 마친 후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동네작은도서관 제공
인천 더작은교회 전영준 목사(오른쪽 세 번째)가 2015년 7월 교인들과 함께 회의하는 모습. 더작은교회 제공
지난달 24일 경기도 성남 주택가의 상가건물 2층. ‘동네작은도서관’의 문을 밀고 들어가자 고소한 배추전 냄새가 풍겼다. 도서관 구석 식당에서 김희영 관장 등 어른과 아이 8명이 모여 앉아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식사하고 있었다. 부관장인 김일수 목사는 입구에 들어서는 기자를 향해 손을 흔들며 식사를 권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 이끌려 식탁에 앉았다.

이날 도서관은 주말로 예정된 인형극 준비회의로 분주했다. 김 관장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인형극 대본을 꺼내들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설민영(29·여)씨와 준비물품을 확인했다. 인형극은 도서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이다. 경기도 동네도서관 사업에 아이디어를 제출해 예산을 지원받았다. 마을에 입소문이 나면서 동네 주민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지가 올라갔다. 김 관장은 “지역사회를 위한 도서관 역할에 충실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교회 다니라고 강요하지 않고 지역의 필요에 집중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부관장인 김 목사는 이스라엘 유학 중 알게 된 현지 비영리봉사단체 ‘비아이스라엘’에서 3년간 활동하다 2013년 6월 귀국했다. 작은 교회 사역을 시작한 김종일(동네작은교회) 목사를 알게 되면서 이 교회의 프로젝트인 동네작은도서관 사업에 동참하게 됐다. 그는 최근 이스라엘의 토론식 교육 방법 ‘하브루타’를 지역 학부모들과 나누는 모임을 만들었다.

지난해 3월 설립된 동네작은도서관은 화요일마다 격주로 성경공부 모임과 기도회를 갖는다. 매월 첫째 주일엔 동네작은도서관에서 지역 아동들과 ‘선데이 스쿨’ 예배로 모인다. 2007년 12월 설립된 동네작은교회는 교회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교인 수 20명을 넘으면 지역사회 공헌이나 선교 목적의 프로젝트를 갖고 분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현재 동네작은도서관 외에 경기도 광주의 이주노동자센터인 ‘코디안’ 운영, 서울 서초구의 ‘카페 사과나무’ 수익을 통한 무허가 판자촌 주민돌봄 사역까지 4개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주중에는 저마다 사역에 집중하고, 주일에는 서울 서초구의 음향회사 사무실에서 동네작은교회 연합예배를 드린다.

원활한 소통과 민주적인 운영으로 교회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분립을 진행하는 교회도 있다. 2013년 7월 설립된 인천 계양구 더작은교회(전영준 목사)가 대표적이다. 더작은교회는 정관에 ‘복음전파의 목적과 교회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등록교인이 200명을 초과한 때부터 교회분립을 위한 분립추진위원회를 만든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현재 교인 수는 70여명이다.

이 교회 정관에는 일반 교회와 다른 내용이 담겨 있다. 교회의 수평적 논의 구조를 지키고 목사의 전횡을 막기 위해 담임목사는 5년, 부교역자는 3년 임기제로 운영한다. 기한이 찰 때마다 교인 3분의 2 이상 동의로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또 교회의 중요한 결정은 여성 1명 이상을 포함, 8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이뤄진다. 목사는 운영위에 참석하나 의결권은 없다. 목회자의 조언을 받지만 교회의 중요한 정책을 교인이 최종적으로 정하고 책임진다는 의미가 있다.

더작은교회는 최근 정관을 일부 개정했다. 기존에는 교인 3분의 1이 동의하면 목사를 해임할 수 있었으나 과반수로 의결조건을 높였다. 악의적 모함이나 이단 침투 등으로 의도치 않게 목사가 해임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목회자와 교인 간 상호신뢰와 교회의 안정을 함께 고려하자는 교인들의 치열한 고민이 정관에 녹아든 것이다.

교회의 외형 성장을 향한 각종 노하우가 난무하는 시대에서 전 목사의 사역 철학은 특별하게 와 닿는다. 전 목사는 “다른 교회의 방식을 무조건 따라갈 필요 없이 교인들이 교회나 지역사회에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역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작은 교회는 교인들이 삶과 고민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는 사역을 함께 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교회 유지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큰 교회와 달리 의사소통과 결정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한국의 작은 교회 운동을 초창기부터 지켜봐온 이정배 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는 “지금 한국사회엔 방주가 아니라 난파된 곳을 찾아가는 조각배 같은 교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며 “작은 교회일수록 교회의 사명을 효율적으로 잘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