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가상현실(VR)을 넘어 증강현실(AR)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강현실은 실재 이미지나 배경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모든 시야를 가상 이미지로 채우는 가상현실과 차이가 있다.
애플은 내후년에 내놓을 아이폰의 후면 카메라에 AR 구현을 위한 3차원(3D) 센서를 부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최근 증강현실 관련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14일(현지시간) “애플이 2019년 출시할 아이폰 후면 카메라에 새로운 방식의 3D 센서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후면 3D 센서에는 카메라에서 투사한 레이저가 물체에 반사되는 시간을 계산해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아이폰Ⅹ의 전면 카메라에도 3D 센서를 채택했다. 이 센서는 레이저 점(dots) 3만개를 투사해 이용자의 얼굴을 가려낸다.
블룸버그는 전·후면에 3D 카메라를 부착한 아이폰이 더 많은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강현실이 더 정교하게 구현되면 쇼핑몰에 직접 가지 않고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영화도 화면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즐길 수 있다.
애플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상현실이 아닌 증강현실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을 계승할 혁신 기기로 ‘증강현실 헤드셋’을 지목하고 2019년 기술 확보를 목표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증강현실이 사람 사이의 연결을 극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가상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가상현실의 팬(fan)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증강현실 쪽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 2017’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증강현실 플랫폼 AR코어를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증강현실 개발 도구로 개발된 앱을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한 ‘혼합현실’ 헤드셋 ‘삼성 HMD 오디세이’를 21일 출시한다. 기존의 ‘기어VR’이 가상현실 제품인 점을 감안할 때 증강현실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모두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이라 어떤 기술이 더 대중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글로벌 IT 업체 경쟁, 가상현실→ 증강현실로 이동?
입력 2017-11-1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