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벽 무너지고 KTX 일시 정지
경주 지진보다 얕은 곳 발생
체감 더 커 전국서 진동
노후 원전 6.5까지만 견뎌
더 큰 지진 땐 위험할 수도
90㎞ 떨어진 신고리 3호기 정상
수능 23일로 일주일 연기
포항에선 초·중·고 휴업령
정부가 16일로 예정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주일 연기했다. 경북 포항에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시험장 안전에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1993년 도입 이후 수능이 연기된 것은 처음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수능을 오는 23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연기에 따른 종합적 대책을 조속히 수립 시행할 예정”이라며 “대학 등과 협의를 거쳐 전형일정을 다시 정하고 대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북 포항교육지원청은 “지진 피해가 심각해 수능 시험을 치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교육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시험지 보안을 위해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1주일간 출제 및 인쇄본부와 85개 시험지구 등에 경력 356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수능이 연기되면서 전체 대입 일정도 조정될 전망이다.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대학별 논술전형도 1주일 이상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16일 오후 수능 연기에 따른 혼란 최소화 방안과 향후 대입 일정 변경 등에 대해 브리핑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돼 16일 휴업하기로 했던 고교에는 당초 예정대로 재량휴업하도록 권고했다. 포항에선 초·중·고 전체 학교에 휴업령이 내려졌다.
지진은 이날 오후 2시29분31초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북위 36.12, 동경 129.36), 깊이 9㎞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8)에 이어 지진 관측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본진 발생 후 35초 만에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 규모 5.5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가 전국 휴대전화로 발송됐다.
포항에선 건물 벽이 무너지고 콘크리트 바닥이 갈라지는 곳이 속출했다. 전국에서 땅이 흔들렸고 KTX 열차는 일시 정지했다 저속으로 운행했다. 이후 수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오후 4시49분30초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4.3, 깊이 10㎞ 지진이 다시 발생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당분간 여진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지난해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작지만 실제 피해는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깊이 11∼16㎞에서 발생한 경주 지진보다 더 얕은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체감 진동도 더 컸다. 우 분석관은 “진앙이 지표면에서 가까우면 에너지가 더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진은 양산단층에서 이어진 장사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장사단층은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에서 뻗어 나온 가지”라며 “경주 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추가 정밀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진 지점에서 90㎞ 떨어진 울산 신고리 3호기 원전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신고리 3, 4호기부터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도 견디게 설계돼 있지만 오래된 원전은 6.5까지만 견딜 수 있다”며 “이들 원전은 즉시 보강 작업을 해야 하고 수명이 다하면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도경 이재연 기자, 포항=최일영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전국 뒤흔든 지진… 수능 초유의 연기
입력 2017-11-15 18:02 수정 2017-11-16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