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귀순병사 상태 ‘럭비공’ 같다… 많은 합병증 예상”

입력 2017-11-15 18:35 수정 2017-11-15 23:16
귀순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에 대한 2차 수술을 끝낸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가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수술 결과와 환자 상태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수원=곽경근 선임기자

장기 터져 복부 또 열게 되면 위험
음식 찌꺼기 대부분 옥수수 알갱이
키 170㎝ 안되고 몸무게 61㎏ 불과
장기간 제대로 못 먹어 영양 불량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에 대한 2차 수술을 끝낸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는 15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장기 손상, 특히 소장의 손상이 너무 심각하고 한국사회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기생충이 많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꿰맨 장기가 기생충이나 다른 요인으로 터져 복부를 다시 열게 되면 그때는 생명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많은 합병증이 예상돼 고도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환자 상태를 설명했다.

2차 수술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약 3시간30분 동안 이 교수의 집도로 이뤄졌다. 수술은 정형외과적 수술로 손상된 조직을 절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교수는 “2차 수술에서 오염 부위를 제거하기 위해 복강 세척 이후 복벽을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며 “복벽에 있던 1발의 총알을 제거한 뒤 수술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의 복부를 열자 총상으로 뚫린 소장 곳곳에서 다량의 분변과 함께 수십 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됐다. 기생충 길이가 27㎝나 되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국내외 수많은 환자를 봐왔지만 기생충이 장관 내에서 올라오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북한군 병사의 소장 등에서 소화가 덜된 음식물 찌꺼기도 검출됐는데, 대부분이 옥수수 알갱이였다. 20대로 추정되는 이 병사의 키는 170㎝가 조금 안 됐고, 몸무게는 61㎏에 불과했다. 소장의 길이도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200㎝)보다 40∼50㎝ 작았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영양이 불량했다”고 전했다.

글=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