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지서 수백 ㎞ 떨어진 여의도까지 흔들

입력 2017-11-15 18:22 수정 2017-11-16 00:13

경주지진 때 놀란 대구 주민
고층아파트 돌아갈 엄두 못내
구미서도 “건물 전체 흔들려
붕괴될까봐 1층으로 대피”
세종·광주·강원·제주서도
상당한 진동 느껴져 놀라


15일 오후 발생한 포항 지진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진동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 서울에서도 지진 신고 전화가 잇달았으며, 대다수 시민들은 퇴근 후 잠자리에 들면서도 TV와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던 경북 경주시 내남면 주민들은 또 한번 크게 놀랐다. 부지리 주민 박모(67)씨는 “작년 지진 당시보다 진동은 훨씬 약하게 느껴졌지만 1년 만에 다시 인근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니 불안감이 커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의 지진공포증은 더욱 커졌다. 대구시민 최모(45·여)씨는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어 작년 9월 경주 지진 때는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오늘 밤 집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불안해했다.

구미시민 이모(42·회사원)씨는 “5층 건물의 사무실 전체가 흔들려 직원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며 “혹시 건물이 붕괴할까봐 1층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안동시 풍천면 주민 조모(45)씨는 “건물이 흔들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진동은 지진 진앙지에서 수백㎞ 떨어진 수도권에서도 감지됐다.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회사원 이모(29)씨는 “업무를 보던 중 재난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그 순간 책상과 의자가 흔들렸다”며 “여진임을 직감했지만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씨는 “본가가 포항인 동료는 곧바로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경기도 하남에 사는 박모(24·여)씨는 “집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침대가 흔들려 깼다”며 “이후 보도를 보고 지진이 났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지진의 직접적 타격을 받은 경북 지역은 계기진도 6으로 최종 분석됐지만 충남 대전 전남 세종 경기 광주 서울 제주는 진도 2로 파악됐다. 계기진도 6은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수준이고 진도 2는 매달려 있는 물체가 흔들리는 정도를 가리킨다. 대구 울산 경남 충북 강원 부산 등에서는 진도 4로 분석됐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도 지진이 감지됐지만 대피 소동은 없었다. 롯데월드타워 관계자는 “일부 직원이 지진을 느꼈지만 고층에 위치한 호텔 투숙객 등의 지진 관련 문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송준서 서울시 재난관리총괄팀장은 “진도 2 정도여서 소수의 사람은 느꼈겠지만 피해를 볼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상황관리반을 시와 소방재난본부에서 24시간 운영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지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진 발생 직후인 오후 2시32분쯤 1∼8호선 모든 열차를 승강장에서 대기토록 하고 안전시설물 점검을 진행했다. 일시 대기 상태는 시설물 점검이 끝난 직후 해제됐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국에서 지진 신고가 8225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피해 접수는 125건이었으며, 인명 피해는 중상 1명을 포함해 14명이었다.

윤성민 김남중 기자, 대구=김재산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