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펼치는 대북 구호활동과 북한선교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민족 간 동질성을 높이는 데 여러모로 기여한다고 봅니다.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오준(62)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의 견해다. 그는 유엔 대사로 재직하던 201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북한 사람들은 그저 아무나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이 말은 북한에 관심이 없던 청년들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런 그가 38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접고 귀국해 장애인·북한 인권운동을 주축으로 시민사회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 교회 안팎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를 지난 13일 서울 중구 사랑의달팽이 본부에서 만났다. 사랑의달팽이는 오 교수가 활동하는 청각장애인 지원 단체다.
한국교회가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는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북한선교를 통한 민족 간 동질성 회복이고, 다른 하나는 대북지원 활동이다.
그는 “북한은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세력이 가장 강했던 지역 중 하나로, 북한 출신의 유명 목회자가 많다”며 “사상의 차이를 극복하고 민족 간 동질성을 높이는 데 북한 선교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예수님 말씀처럼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마땅히 기독교가 할 일”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게 구호활동을 펼친다면 남북관계 개선뿐 아니라 다가올 통일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 교수는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냉랭해진 남북관계에 머잖아 훈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핵 능력이 사실상 완성단계이므로 다음 목표인 경제발전을 추구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도 높은 제재 국면에선 달성 불가능한 목표이므로 조만간 대화와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과정으로 돌아와 협력관계가 형성되기까진 한국교회의 도움도 인도적 지원에 국한해야 한다고 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방해하고 군사적 해결의 길을 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압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지원 범위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교수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북한에 고향을 둔 어머니 영향이 크다. 어머니가 개성 출신이고 북한에서 온 친척이 많아 어릴 때부터 북한 사투리를 자연스레 접했다. ‘북한 사람은 아무나가 아니다’란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30대부터 교회만 오가는 ‘처치고어(churchgoer)’로 산 그가 세례를 받게 된 것 역시 어머니 때문이다. 급성 파킨슨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어머니가 세례를 받도록 돕기 위해 2000년 함께 세례를 받았다. 현재는 서울 마포구 100주년기념교회에서 신앙생활 중이다.
2015년 책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를 펴낸 오 교수는 향후 삶과 죽음, 진리, 절대자를 탐구하는 내용의 동화를 출간한다. 그는 “저는 예수의 삶에 관심이 많아 신약성경을 즐겨 읽는 탐구하는 기독교인”이라며 “청년들, 특히 기독 청년이라면 신앙을 포함해 어느 분야든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글=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오준 前 유엔 대사 “한국교회 대북 구호활동, 평화통일에 큰 도움”
입력 2017-11-16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