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갈등을 해결하려면 우선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부터 가져야 합니다. 이후 평화공존 단계에 진입한 뒤 협력의 장을 마련하면 자연스레 북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겁니다.”
40년 넘게 북아일랜드에서 평화운동을 펼친 콜린 크레이그(64) 전 코리밀라 대표의 조언이다. 그는 15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사옥에서 열린 대북지원단체 어린이어깨동무 산하 평화교육센터가 주최한 평화교육 심포지엄 발표자로 나섰다.
그가 대표로 활동했던 코리밀라는 북아일랜드의 기독교도와 가톨릭교도 간 갈등을 중재하는 평화공동체다. 1965년 장로교 목사 레이 데이비가 설립했다. 당시 북아일랜드는 종교 간 갈등으로 사회분열뿐 아니라 유혈사태까지 빈번한 상황이었다. 기독교도와 가톨릭교도가 사는 지역이 분리돼 초·중·고교 및 유소년 클럽, 심지어 수영장도 따로 사용했다.
두 세력 사이에 유혈사태가 늘어나자 코리밀라는 양쪽 지역 학생들이 만나 함께 캠핑을 하고 연극을 공연하는 등의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각 진영 정치인과 무장단체가 협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대화를 독려했다.
코리밀라의 중재로 97년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이 체결돼 폭력은 그쳤다. 하지만 분열의 상처는 여전했다. 상대 세력이 주도권을 잡으면 다시 갈등이 생길 거라 우려한 주민들이 각자 극단주의 정당에 투표했다. 이 때문에 코리밀라는 지금도 각 당 지도자의 비공개 만남을 주선하는 등 평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크레이그 전 대표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유념해야 할 ‘5가지 가치’(표)를 소개했다. 그는 “코리밀라는 기독교 전통을 지닌 공동체지만 모두를 포용하고 전도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며 “포교 등 숨은 의도를 두고 북한을 돕는다면 오히려 상당한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돕는 한국교회와 대북지원 단체에는 끈기를 갖고 지속적인 평화운동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평화를 만드는 일은 지난하며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다음세대를 위해 인내심을 갖고 서로를 이해하며 평화를 구축하는 방식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양민경 기자,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北아일랜드 종교 갈등, 만남과 대화로 풀었죠”
입력 2017-11-16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