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문건 유출’ 정호성 징역 1년6개월

입력 2017-11-16 05:05

법원 “국정농단 단초 제공”
朴 前 대통령과 공모 인정
유출 문건 47건 중 33건은
위법수집 증거라며 ‘무죄’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불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진 지 360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5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전 비서관에게 “나라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정농단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은 고도의 비밀 유지가 요구되는 각종 문건을 민간인 최씨에게 건넸다”며 “그가 누설한 비밀의 중요성과 국민에게 안겨준 실망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더 잘 운영하기 위해 지인 의견을 들어보려고 했다”며 “대통령이 일일이 문건을 건네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문건을 보낸 경위는 박 전 대통령의 포괄적, 묵시적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피고인 본인도 인정하고 있다”며 “두 사람 사이의 공모(공범)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22부는 박 전 대통령 사건도 함께 심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도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이 유출한 문건 47건 중 33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에 문제가 있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 전 비서관은 앞서 결심공판에서 “우리 정치 사회에서 박 전 대통령만큼 비극적인 사람이 또 있겠느냐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며 범행을 반성하기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더 강조했다. 항소 과정에서 형량이 바뀌지 않는다면 정 전 비서관은 6개월여 뒤 만기 출소한다. 그러나 현재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