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에 소재한 조선시대의 ‘전라병영성(兵營城)’에서 대나무 끝을 뾰족하게 깎은 죽창을 설치한 함정(陷穽) 유적 64기가 한꺼번에 출토됐다. 국내 성곽 방어시설에서 함정 유적이 대규모로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전라병영성’에 대한 성 외부 발굴 조사결과 해자(垓字·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와 다수의 함정 유구가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함정은 지름 3.5∼4.9m이고, 깊이 최대 2.5m에 달한다. 원뿔을 뒤집어 놓은 듯한 형태로, 아래쪽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바닥에 죽창을 촘촘하게 꽂았던 흔적이 발견됐다. 해자 바깥쪽으로부터 6∼8m 거리를 두고 해자와 나란하게 2∼4열로 확인됐다. 해자와 함께 성곽을 방어하는 중요 수단으로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축성 600년을 맞이한 강진 전라병영성은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도의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 총 지휘부였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함정유구는 다산 정약용이 저술한 ‘민보의(民堡議)’에 등장하는 함마갱(陷馬坑)이라는 성곽 방어시설과 관련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며 “성곽 방어시설로는 대규모로 발굴된 최초의 사례로서 학술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함마갱은 사슴 뿔 모양의 막대기인 녹각목(鹿角木)이나 대나무 조각을 심은 뒤 잡초나 지푸라기를 덮은 함정을 말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성곽 방어시설서 대규모 ‘함정’ 첫 확인
입력 2017-11-15 18:19 수정 2017-11-15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