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 방어시설서 대규모 ‘함정’ 첫 확인

입력 2017-11-15 18:19 수정 2017-11-15 22:06
전남 강진에 있는 조선시대 ‘전라병영성’에 대한 발굴 조사 결과 15일 확인된 해자(위 사진)와 함정 유구. 함정 바닥에 죽창을 촘촘하게 꽂았던 흔적이 보인다. 문화재청 제공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성곽을 이중 방어하기 위해 해자 주변에 동그란 함정을 열을 이뤄 설치했다. 문화재청 제공
전남 강진에 소재한 조선시대의 ‘전라병영성(兵營城)’에서 대나무 끝을 뾰족하게 깎은 죽창을 설치한 함정(陷穽) 유적 64기가 한꺼번에 출토됐다. 국내 성곽 방어시설에서 함정 유적이 대규모로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전라병영성’에 대한 성 외부 발굴 조사결과 해자(垓字·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와 다수의 함정 유구가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함정은 지름 3.5∼4.9m이고, 깊이 최대 2.5m에 달한다. 원뿔을 뒤집어 놓은 듯한 형태로, 아래쪽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바닥에 죽창을 촘촘하게 꽂았던 흔적이 발견됐다. 해자 바깥쪽으로부터 6∼8m 거리를 두고 해자와 나란하게 2∼4열로 확인됐다. 해자와 함께 성곽을 방어하는 중요 수단으로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축성 600년을 맞이한 강진 전라병영성은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도의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 총 지휘부였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함정유구는 다산 정약용이 저술한 ‘민보의(民堡議)’에 등장하는 함마갱(陷馬坑)이라는 성곽 방어시설과 관련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며 “성곽 방어시설로는 대규모로 발굴된 최초의 사례로서 학술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함마갱은 사슴 뿔 모양의 막대기인 녹각목(鹿角木)이나 대나무 조각을 심은 뒤 잡초나 지푸라기를 덮은 함정을 말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