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아끼는 영웅들의 반가운 연대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슈퍼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지구를 지켜준다면 두려울 것이 없겠노라고. 이 순수한 발상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 안에서 현실이 됐다. 마블에 ‘어벤져스’가 있다면 DC에는 이들이 있다. 최강의 히어로팀, 저스티스 리그가 본격 출격했다.
1960년 창안된 DC 코믹스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의 원년 멤버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였다. 여기에 사이보그가 합류해 6명의 창립 멤버가 설정됐다. 이들이 스크린에서 뭉친 건 처음. 15일 오후 개봉한 영화 ‘저스티스 리그’는 그 야심찬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얼개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감독 잭 스나이더·2016)에서 이어진다. 슈퍼맨(헨리 카빌)이 목숨을 바쳐 괴수 둠스데이로부터 지구를 구해내지만, 슈퍼맨을 잃은 인류는 다시 혼돈에 휩싸인다. 빈곤과 무질서, 폭력이 난무한다. 악당이 그 틈을 놓칠 리 없다. 고대 강적 스테픈울프(시아란 힌즈)가 외계괴물인 파라데몬 군대를 이끌고 지구를 침공한다.
자신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란 걸 깨달은 배트맨(벤 애플렉)은 메타휴먼(초인)들과 팀을 이뤄 스테픈울프에 맞서기로 한다. 원더우먼(갤 가돗)과 손을 잡은 뒤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사이보그(레이 피셔) 플래시(에즈라 밀러)를 차례로 만난다. 정의(正義)를 위해 나선 히어로 군단, 이들이 공유하는 대명제는 간명하다.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DC가 사활을 걸고 준비한 작품인 만큼 볼거리 면에선 부족함이 없다. 배트맨의 최첨단 무기와 원더우먼의 강력한 전투력은 초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바닷속 왕국 아틀란티스의 왕 아쿠아맨, ‘반인반기계’의 몸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를 제어하는 사이보그,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플래시 등 각 캐릭터 특성을 활용한 액션들 또한 파워풀하다.
개별 영화로 먼저 선보인 히어로를 ‘어벤져스’에 합류시킨 마블과 달리, DC는 아직 솔로무비로 다뤄지지 않은 캐릭터(아쿠아맨 사이보그 플래시)들을 ‘저스티스 리그’를 통해 소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각 캐릭터 설명에 적잖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악수(惡手)가 됐다. 매번 흐름이 뚝뚝 끊기고 전개가 늘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영화는 당초 메가폰을 잡았던 잭 스나이더 감독이 일신상의 이유로 하차하는 악재를 겪었다. 조스 웨던 감독이 이어받아 후반작업을 진행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연출을 보여주지 못했다. DC의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돼 온 시나리오 문제도 완전히 극복되지 않았다. 스테픈울프의 등장, 슈퍼맨의 부활 등 몇 지점에서 개연성을 놓쳤다.
기존 DC 작품에 비해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은 플래시의 역할이 컸다. 도덕과 정의를 향한 따뜻한 시선은 DC 히어로물의 큰 장점. 세상을 뒤덮은 어둠도 언젠가는 걷힐 것이란 희망의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극 중 슈퍼맨은 이런 대사를 남긴다. “희망은 자동차 키 같아. 자꾸 잃어버리지만 찾으면 어딘가에는 있지.”
인간을 아끼고 사랑하는 영웅들의 연대는 아무래도 반갑다. 스나이더 감독은 “발상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느낌이 들었다. 전설적인 캐릭터들이 한데 모인 광경은 정말 특별했다”고 전했다. 향후 개봉될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와 각 캐릭터 솔로무비에 대한 기대를 거둘 수 없는 이유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저스티스 리그’ 마블 벽 넘기엔… DC의 분투는 ing [리뷰]
입력 2017-11-15 18:40 수정 2017-11-15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