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서적을 찾아 읽고 스스로 공부하는 그리스도인의 등장은 기독 출판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신대원생이나 읽는 줄로 알던 조직신학책과 각종 교리해설서를 찾는 독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출판사마다 대중적인 신학 교양서를 집필할 국내 저자 발굴이 한창이다. 설교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신학적 교양에 대한 목마름을 호소하는 독자가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목받고 있는 소장 신학자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신학공부'(예책)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책이라 할 만하다.
‘질문으로 푸는 조직신학’이라는 부제대로, 저자는 핵심 교리를 꿰뚫는 질문을 던지고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3부작 시리즈의 첫 권에서 저자는 ‘하나님과 세계’를 다루면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신학이 꼭 필요한가’라는 물음부터 던진다. 신학의 정의에 이어 신학의 자료를 소개하면서 “하나님의 자기소개라 할 수 있는 성서, 믿음의 선배와 공동체의 지혜가 응축된 전통, 진리의 신뢰도와 정확성을 점검하는 이성, 그리고 하나님과의 만남이나 삶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경험이 신학할 때 필요한 중요 자료”라고 설명한다. 20세기 감리교 신학자 알버트 오틀러가 존 웨슬리 사상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웨슬리주의 사각형’ 모형에 따른 것이다.
신학공부를 해 본 적 없거나 신학공부의 필요성을 못 느꼈던 독자에겐 신학의 정의와 자료에 대한 설명 자체가 신선한 자극이다. 저자의 설명은 독자들로 하여금 ‘나의 신앙은 어떤 자료들로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라는 다음 단계 질문으로 생각을 이어가게 만든다.
이어 성서론, 삼위일체론, 계시론, 하나님의 속성, 창조론, 섭리론, 신정론을 다룬다. 저자는 각 장마다 선별한 신학자들의 해설과 이론을 알기 쉽게 풀어 소개하는데, 결코 어느 것만이 답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저자가 때때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순간에도 진지하지만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저자는 삼위일체론과 관련, ‘이것이 우리의 실제 삶과 무슨 상관인가’라고 묻는다. 로마서 8장을 바탕으로 삼위일체론을 살피면서, 성부가 성자를 사랑하던 그 사랑의 대상으로 변화하게 됐음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간은 자기 자신이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사랑하시는 그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셈”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삼위일체론은 한편으로 ‘실천적’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급진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기석 청파교회 목사는 추천사에서 “가장 난감한 신학적 주제인 삼위일체론이 어떻게 빛나는 삶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를 깨닫고는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다른 조직신학책에선 보기 힘든 방식으로 ‘하나님의 뜻이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섭리론 장도 흡인력이 강하다. 영국의 신학자 레슬리 웨더헤드, 미국의 조직신학자 웨인 그루뎀의 주장을 소개한 뒤 그는 하나님 뜻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우리는 고통의 순간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묻거나 중대사를 앞두고 ‘무엇이 최선일까’를 고민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만 성서의 가르침은 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성서는 특정 역사적 사건을 가리켜 하나님의 뜻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이 진정으로 기뻐하시는 바이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시는 그분 의지의 은혜로운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사건을 하나님의 뜻으로 왜곡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은 평소 그리스도인이라면 품어봤을 법한 신앙적 고민과 맞닿아있다. 쉽지만 유려한 저자의 설명을 통해 그동안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채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생각이 신학적으로 어떤 입장이었는지 깨닫는 경험도 하게 된다.
한국사회와 신학적 풍토 위에서 쓰인 책이라 외국 신학자의 책장을 덮을 때 우리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 느꼈던 찜찜함이나 아쉬움을 피할 수 있어 좋다. 저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독자들 사이에서는 조금 가볍다는 반응도 나온다. 사도신경 순서에 따르는 통상의 조직신학 서술 방식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2권 성자 하나님, 하반기에 3권 성령 하나님에 대한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올바른 신앙의 길 ‘공부’로 구하다
입력 2017-11-1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