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시 센서 통해 의사 스마트폰에 전달… 美 FDA ‘디지털 알약’ 승인

입력 2017-11-14 21:58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3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알약을 승인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디지털 알약은 복용 시 센서를 통해 환자가 언제 어떤 약을 먹었는지 의사에게 전달해준다.

FDA가 승인한 디지털 알약은 일본 오츠카제약의 정신질환 치료제 ‘아빌리파이’에 미국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가 개발한 센서를 장착한 제품이다(사진). 구리, 마그네슘, 실리콘 등으로 만들어진 센서는 위액에 닿으면 전기 신호가 발생해 환자 가슴에 부착된 웨어러블 기기로 전달된다. 이 정보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의사의 스마트폰으로 전해진다. 디지털 알약은 환자 동의를 받아 처방하고, 환자가 원하면 언제라도 제거할 수 있다.

미첼 매티스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의 정신성의약품 분과장은 “약 복용 여부를 추적하면 일부 환자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츠카제약 북미지사 최고경영자(CEO) 카비르 나스는 “의사가 환자의 약 복용을 추적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약 복용을 잊은 조현병 환자가 발작을 일으켜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리적 우려도 나온다. 미국 브라운대 의과대학 피터 크레이머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약 복용 여부를 알려줄) 고자질쟁이를 함께 포장해주는 격”이라며 “디지털 알약은 강압적 도구가 될 잠재성이 다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 프리스비테리언 병원 정신의학과 제프리 리버맨 교수는 “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이런 약을 처방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생체의학적 ‘빅 브러더’ 같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