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론 구속시키고 싶지만
위법 사실 입증 전망도 갈려
박상기 법무 “출금 판단 일러”
전직 대통령 2명 수감 땐
보수층 중심 ‘여론 역풍’ 부담도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겨냥해 연일 ‘적폐 몸통’이라며 정조준하고 있지만, 실제 공세 수위를 놓고는 속내가 복잡하다. 검찰 소환과 구속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자고 주장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실제로는 이 전 대통령의 위법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도 갈리는 상황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최대한 빨리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많다. 이미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충분히 소환조사와 구속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14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과 다스가 BBK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 우리나라 외교관이 개입한 정황 등을 보면 MB가 다스 의혹 및 군 정치개입 사건의 ‘몸통’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MB 소환조사 등 사법처리 절차 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춘석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이 (바레인에서) 귀국하면 출국금지하고, 소환을 통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출국금지를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언급에 대해선 “증거에 의한 수사여서 증거를 덮고 갈 수 없다”며 “다시는 국가기관을 이용한 권력남용이 없도록 제도화하고, 후세에 교훈으로 남길 필요가 있어 철저하고 신속하게 종결되면 좋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의 형사처벌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한 증거가 명확하고, 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의 돈을 받은 정황이 다 공개됐지만, MB는 부정한 돈을 받았다거나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 같아선 사법처리를 더 세게 요구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여당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야권의 비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중인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까지 사법처리된다면 오히려 여당에 ‘정치적 짐’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도 감지된다. 보수야당의 ‘정치보복’ ‘감정풀이’ 프레임이 지지층 사이에서 언제든 강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조계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MB의 ‘악행’은 이른바 통치행위라는 명목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상당히 많다”며 “우리 당이 섣불리 소환조사나 구속을 촉구했는데, 검찰이 구체적인 혐의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역풍이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적폐청산” 날 세우던 與, ‘MB 때리기’ 주춤… 왜?
입력 2017-11-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