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자 겨루는 220m 트랙
주중엔 아이스더비 경기하고
주말엔 아이스 댄싱 등 사업
빙상계 “건전한 수익사업”
시민단체 “올림픽 정신 위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의 사후 활용방안 중 하나로 프로빙상경기(경빙)인 ‘아이스더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선수들과 강원도민들은 아이스더비가 올림픽 시설을 활용한 건강한 수익사업이라고 말하지만 일부 시민단체 등은 올림픽 시설에서 사행성 사업을 벌이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을 사랑하는 모임 조직위원회는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강원 아이스더비 도입 공청회’를 열고 “내년 2월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등을 활용해 강원도를 세계 프로빙상의 메카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아이스더비는 새로운 경기장, 경기방식이 도입된 프로빙상 경주다. 스피드스케이팅의 400m 트랙과 쇼트트랙의 110m 트랙의 중간인 220m 트랙에서 각국 스피드, 쇼트트랙 최강자들이 동시에 겨루는 방식이다. 여기에 합법적 베팅 시스템을 도입해 경륜, 경마처럼 수익 구조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스더비 경기를 주중에 열고, 주말에는 아이스 댄싱, 피겨 갈라쇼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통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빙상계는 아이스더비 도입을 반기고 있다. 이날 패널로 나온 2010 밴쿠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는 “스케이팅은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 본업이 되지 못한다. 실업팀에 입단하지 못하면 대부분 운동을 포기하고 은퇴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스더비가 도입되면 선수들이 스케이팅을 본업으로 삼을 수 있고 국민들이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도입을 호소했다.
네덜란드 쇼트트랙 대표팀 유런 오터 감독도 “전 세계 선수들이 아이스더비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프로 수준의 진정한 경기력은 그에 상응하는 연봉이 받쳐줄 때 나온다”며 “평창올림픽 후 강원도에서 아이스더비 경기가 상시적으로 열리면 전 세계 스케이터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올림픽 시설에서 돈을 거는 사행성 사업을 유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많다. 앞서 국회는 2011년 제주도에 자립경제 기반 조성과 실내관광 인프라 구축을 명분으로 ‘경빙’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행산업 확산, 도박 중독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대로 입법이 무산됐다. ‘올림픽 이후를 준비하는강릉시민모임’ 관계자는 “아마추어가 참가하는 올림픽 유산을 사행산업에 활용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과 가치에 위배된다”며 “사행산업이 지역민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평창올림픽 끝나면 경마 같은 ‘경빙’ 도입?… “사행성 조장” 우려
입력 2017-11-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