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100주년, 극과 극 시선… “인권유린” vs “경제성장”

입력 2017-11-14 20:10
박정희 전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소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대한애국당 당원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이 열린 14일. 행사장인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정희 생가 주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충돌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생가와 바로 옆 박정희기념공원 등지에서는 숭모제와 기념식, 박정희 역사자료관 기공식, 대한민국정수대전 등이 잇따라 열렸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남유진 구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과 일반 시민 등 2000여명(구미시 추산)이 박 전 대통령의 공적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다른 시선도 있었다. 오전 10시쯤 생가 입구에선 구미참여연대와 민주노총 구미지부 등 6개 시민·노동단체 회원들이 모여 ‘박정희 유물전시관 건립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미시가 생가 인근에 200억원의 예산으로 자료관을 짓고 박 전 대통령 유품 등 5600여점을 전시하기로 한 것을 반대하기 위해서다.

시민·노동단체 관계자들이 등장하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들을 막으려 모여들었고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민·노동단체 관계자들은 “친일 행적에 민주주의·인권을 유린한 박정희는 결코 기념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고 외쳤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된 것이 누구 덕인지 아느냐”며 거친 말을 쏟아냈다. 노래를 크게 틀어 기자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후 시민·노동단체 관계자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서울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렸다.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앞에서 열린 탄생 100년 기념행사에는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조원진 대한애국당 공동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불렀고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환호 속에서 축사에 나선 박 전 이사장은 “상암동 박정희기념관에서 있었던 동상 기증식에 반대진영 사람들이 몰려와 항의했지만 우리 쪽 사람들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구미=최일영 기자, 이재연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