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오후 새빛맹인선교회 부설 새빛요한의집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시각장애인 어르신을 위한 예배 처소인 ‘브랜던기념관’ 헌당예배다. 그동안 지하식당 옆 공간에서 예배를 드려온 시각장애인들에게 깨끗하고 쾌적한 새 예배당이 생기는 것이다.
브랜던기념관에는 많은 사연이 담겨 있다. 1980년대 초반 유명한 기독영화였던 ‘낮은 데로 임하소서’의 주인공 안요한(78) 목사와 성공한 재미교포 여성 사업가 이희자(75) 집사의 만남 때문이다.
새빛맹인선교회 대표인 안 목사는 지난해 여름 미국 새너제이 집회에서 이 집사를 처음 만났다. 유명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에 정착, 사업에 성공한 이 집사는 40대 외아들 브랜던 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삶의 희망을 완전히 잃었다.
2015년 아들이 심장마비로 급사한 뒤 집 근처 공동묘지에 묻힌 아들을 매일 찾았고, 아침마다 ‘굿모닝 브랜던’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렇게 말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 없었다고 한다. 겨우 삶을 이어가던 이 집사는 안 목사의 집회에서 하나님의 진정한 은혜를 접하게 됐다.
시력을 완전히 잃었음에도 천국에 소망을 두고 복음의 빛을 전하는 데 일생을 바치는 안 목사의 간증을 듣고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집사는 안 목사를 찾아가 “이제야 제 인생이 정돈됐다. 목사님께 받은 은혜가 아니었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지도 모른다. 빚을 갚고 싶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목사님 눈을 뜨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목사의 대답은 “아니요”였다. 그는 평소에도 “개안수술하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주위의 권유에 “눈이 멀지 않았을 때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했다. 시력을 잃고서야 하나님 은혜를 받아들였다”며 사양해 왔다.
안 목사는 이 집사의 결심을 놓고 기도했다고 한다. 기도 중 “아직 시력을 회복할 때가 아니다”는 응답을 받았고, 이를 이 집사에게 전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이고 천국에 가면 눈은 뜰 수 있습니다. 제 시력을 되찾는 것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신 그는 이 집사에게 다른 제안을 했다. 소천한 아들 브랜던을 기념하고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은혜를 줄 교회를 헌당하자는 것이었다. 이 집사는 흔쾌히 “목사님의 뜻대로 하겠다”고 했다.
안 목사는 경기도 용인 새빛요한의집 바로 옆 부지를 제공했고, 이 집사는 건축비용으로 100만 달러(11억여원)를 기탁했다. 브랜던기념관은 지난 3월 30일 기공예배를 드렸다. 대지 996㎡에 연면적 579㎡ 규모로, 1층은 교회 및 강당, 2층 활동실 및 세미나실, 3층 게스트하우스로 지어졌다.
안 목사는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는 고린도후서 12장 9절 말씀을 삶의 푯대로 삼아왔다. 서른일곱 나이에 시각장애인이 된 뒤 자신의 삶을 통째로 인도하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고, 앞으로의 삶을 사용하실 분도 하나님이시라는 것이다. 안 목사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집사의 선한 뜻이 널리 전파돼 영혼 구원에도 크게 쓰임받길 기도한다”고 했다.
이 집사는 “아들이 생전 호수를 좋아했다. 교회가 호숫가라 아들의 영혼이 늘 머물 것 같다”고 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육체의 눈 대신 ‘영혼의 방주’ 세우다
입력 2017-11-15 00:00 수정 2017-11-15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