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화합의 상징… 달보다 밝은 ‘달빛동맹’

입력 2017-11-15 05:01
광주광역시와 대구광역시가 지난 7월 20일 광주시청 1층 시민숲에서 문재인정부의 영호남 상생 공약인 ‘달빛내륙철도 건설 추진협의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과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등이 함께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광주광역시 제공

“대구가 유치에 성공하면 만세를 외치겠습니다. 광주가 선정되면 박수를 쳐주세요!”

전국의 광역단체들이 5조6000억원대의 초대형 국책사업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선정을 두고 한창 유치전을 벌이던 2009년 7월. 영·호남을 대표하는 대구와 광주가 서울에서 의료산업공동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의 첫 글자를 딴 ‘달빛동맹’이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전에서 손을 맞잡은 두 도시는 이후 다양한 공동과제를 발굴 추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리산 자락을 사이에 둔 두 도시의 동맹은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공감대로 연결돼 있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경험을 갖고 있는 광주와 1960년 이승만정권의 장기 집권에 저항한 2·28민주운동의 경험을 갖춘 대구가 의기투합한 것이다.

상호방문 등을 통해 분위기가 무르익자 두 도시는 2013년 3월 ‘달빛동맹’ 교류협약을 공식 체결했다. 이후 교류확대와 정책공조 방안을 5년째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민선 6기가 들어선 2014년부터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윤장현 광주시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교차 참석하고 있다. 광주와 대구 시민의 날에는 초청 방문을 정례화했다.

2015년 5월에는 민관협의회를 출범시켜 해마다 ‘공동협력과제’를 선정해 추진 중이다. 올해는 신규사업 과제로 ‘로봇산업분야 공동 전시관’을 채택했다. 대구시가 지난 7월 광주 국제로봇산업전에 참석한 데 이어 광주시도 15∼18일 대구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달빛동맹 특별관’을 설치한다. 30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회는 광주-대구간 달빛 내륙철도 건설 등 5개 분야 30개 과제에서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달빛 내륙철도 건설은 문재인정부의 영호남 상생공약으로도 선정됐다. 두 도시의 동행이 동서화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달빛동맹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시는 16일부터 ‘광주-대구 달빛동맹 농업인단체 교류행사’를 개최한다. 영·호남 농업인단체 등이 대거 참여해 농업상생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우수 농특산물 가공단지 현장견학 등도 함께 진행한다. 앞서 지난 3일에는 두 도시의 법조분야 기관들이 대구지검에서 만나 자매결연을 맺었다. 청소년 보호와 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 청소년 문화교류를 활성하는 등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광주시 구종천 대변인은 “지역갈등을 극복하고 상생발전을 추구하는 두 도시의 교류가 정책분야뿐 아니라 농업과 법조계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