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전직 재판관들의 구술을 채록하는 ‘재판관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내년 ‘30돌’을 앞두고 1988년 출범 당시의 발자취를 생생히 기록하겠다는 취지다. 헌재의 태동을 함께한 인사 가운데 이시윤 최광률 김지우 한병채 김양균 전 헌법재판관, 변정일 전 헌재 사무처장의 구술이 이미 채록됐다.
헌재는 올해 중 또 다른 ‘1기 재판관’인 김문희 전 재판관의 구술을 얻고 내년에는 2·3기 소장 및 재판관들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재판관마다 최소 20시간 이상의 구술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대 재판관들은 서울 정동 법조회관 12층에서 시작된 헌재의 초창기 역사를 생생히 증언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변변한 간판도 없이 상임재판관들이 방을 나눠 쓰며 재판업무를 봐야 했던 초기 모습, 정치권이 헌재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법원의 ‘사생아’라며 서슴지 않고 비하하던 행태 등도 수집될 전망이다.
헌재는 이렇게 초창기의 모습을 기록하는 한편 내년 ‘헌법재판소 30년사’의 편찬 작업에도 착수했다. ‘30년사’에는 과거 펴낸 ‘20년사’에 수록되지 못한 정당해산 및 대통령 탄핵심판 내용이 포함된다. 헌재는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을 기술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30년사’ 편찬 작업의 팀원은 헌재 구성원 전원인 셈”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전 재판관들의 구술 내용을 내년 인터넷 홈페이지의 사이버 역사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청사 증축 후 상설전시관에 초창기 모습을 전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경원 기자
내년 30살 되는 헌재… 출범 초기 재판관들 구술 채록한다
입력 2017-11-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