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가까이… 6·25 무명 전몰용사 추모제

입력 2017-11-13 21:51

“이름 없는 호국용사들의 희생정신을 해마다 기려 왔습니다. 후손들이 이들을 잊지 않고 나라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13일 전북 정읍시 산내면 하매마을 앞산. 6·25 무명 전몰용사 묘역(사진)에서 48번째 추모행사가 열렸다. 추모행사는 김생기 정읍시장과 보훈단체 회원, 주민 등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엄숙히 진행됐다.

이 행사는 1950년 11월 13일 지리산 일대에 남은 인민군 토벌작전에 참전했다가 숨진 학도병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남부군 사령부가 있었던 순창 회문산을 바라보고 있는 이 마을에선 당시 학도병 150여명이 인민군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다 화력 부족으로 전원이 장렬하게 산화했다.

추모행사는 허기회(53·서울시의원)씨 집안이 앞장서 반세기 가까이 치르고 있다. 허씨의 선친인 허병욱씨와 주민들은 1960년대 말 마을 인근에서 유골 46기를 수습해 합동 묘역을 만들었다.

이후 1970년부터 허병욱씨 주도로 추모행사를 지내다가 1996년 허씨가 눈을 감은 뒤엔 자손들이 묘역을 관리하고 행사도 잇고 있다. 1987년 정읍군에 건의해 묘역 주변 정비와 추모비를 세우고, 5년 뒤엔 개인 소유 토지 193㎡를 기증해 주차장도 조성했다.

허기회씨는 “매년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등 날씨가 궂었으나 오늘은 햇볕이 쨍쨍해 마음이 편해졌다”며 “국가와 지자체에서 묘역 주변에 추모탑을 세워 후손들의 교육장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읍=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