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13일 예비입찰의향서 접수를 마감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이 본격 시작됐다. 20여곳의 잠재 투자자가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중견 건설사와 해외 투자회사·국영기업 등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능력 기준 3위 대우건설이 어디에 인수되느냐에 따라 국내 건설업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13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공개경쟁입찰 방식인 대우건설 매각 대상 주식은 KDB밸류제6호 유한회사가 보유한 2억1093만여주다. 매각 절차는 지난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대우건설이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3분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잠정 연기됐다. 이후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박창민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매각이 적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일단 흥행에는 성공한 분위기다. 지난 6일 입찰 참여 의향을 가진 잠재 투자자 20여곳 안팎이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의 현재 시가와 매각 대상 주식(약 2억1093만여주)을 고려한 매매금액은 1조4200억원 규모다. 산은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2조원 수준의 매각대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누가 인수하느냐다. 업계는 미국 투자회사인 ‘TR아메리카(TRAC)’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 중국 건설회사 ‘중국건축공정총공사’와 말레이시아 에너지 업체 ‘페트로나스’ 등을 유력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국내에선 최근 급성장한 호반건설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세를 키우고 전국구 건설사로의 변신을 꾀하기 위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로 이 모든 업체가 매각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건설·부동산 시장이 내외적으로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려도 크다. 인수 주체로 논의되는 국내 기업의 경우 주택 사업에 한정된 곳이 대부분이어서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할지가 관건이다.
이를 두고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비입찰을 마친 산은은 내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들어가 7월쯤 대우건설 매각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비즈카페] 2조원 대우건설 인수전 ‘승자의 저주’ 재현될까
입력 2017-11-1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