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居 단풍·死居 퇴비… 낙엽, 넌 버릴게 없구나

입력 2017-11-14 05:00
서울 마포구 환경미화원들이 이물질을 제거한 낙엽을 경기 파주 친환경농장에 뿌리고 있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낙엽들은 최근 친환경 퇴비나 관광 자원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마포구 제공

도로의 애물을 재활용해 보물로
처리비용 절감·농가 지원 일석이조
마포구, 친환경 농장 보내 퇴비 활용
송파구, 남이섬 낙엽길 조성 한몫
대구시·인천 계양구도 퇴비 공급

가을을 울긋불긋 물들이다 떨어진 도심 곳곳의 낙엽들이 이벤트 길의 재료로 활용되거나 친환경 퇴비로 쓰이고 있다. 가을만 되면 청소에 어려움을 겪던 지자체는 낙엽 재활용으로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다 농가나 관광지에 도움도 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서울 마포구는 지난달부터 거리에 쌓인 낙엽을 수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일 생활폐기물 차량을 활용해 수거한 낙엽들은 쓰레기와 담배꽁초 등 이물질 제거 작업을 거친 뒤 경기도 파주시의 친환경 농장으로 이동한다. 하루 평균 1.7t 분량의 낙엽들이 천연 퇴비로 거듭나 5280㎡ 규모 친환경 농장에서 채소류를 재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낙엽을 수거해 처리하려면 1t당 2만9900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낙엽을 농장에 보내면서부터는 300t 처리비용 약 900만원을 절감할 수 있고 농가에 도움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낙엽은 퇴비 뿐 아니라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돼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서울 송파구는 낙엽을 대표 관광지 ‘남이섬’으로 보낸다. 남이섬은 다른 지역보다 낙엽이 일찍 지는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을 정취를 오래 느낄 수 있도록 송파구의 낙엽을 활용하는 것이다. 올해는 송파구 은행잎 20t 가량이 남이섬으로 이동한다.

이밖에도 송파구는 해마다 500여t의 낙엽을 전국 농가에 무상 제공해 특용작물 보온재나 친환경 농사용 퇴비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구에서 수거된 낙엽의 약 92%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서울 용산구는 폐기물 재활용 전문업체들과 낙엽 무상처리 업무협약을 체결해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로변 가로수와 공원 등지의 낙엽을 수거해 지역 농가에 친환경 퇴비로 공급하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563t의 낙엽을 재활용해 농가 424곳과 영농조합 4곳에 공급했다. 올해도 1000∼2000t 정도의 낙엽을 수거·재활용해 농가 등에 보급할 예정이다.

인천 계양구는 올해부터 가로수 청소를 통해 확보된 낙엽을 버리지 않고 퇴비로 재활용하기 위해 서운동 소재 시유지 5000㎡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퇴비화작업을 시작했다. 구 관계자는 “낙엽 100t 가량을 버릴 때 발생하는 폐기물처리비 1000만원을 줄이고, 비료를 살 때 필요한 2000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대구·인천=최일영 정창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