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개 기관 21조 가량 예탁
안정적이지만 수익률 낮은
채권형에 50.4%나 투입
정부, 투자 다변화 등 모색
각종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투자해 수익을 내는 ‘연기금 투자풀’이 최근 증시 활황에도 울상이다.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거둔 까닭이다. 정부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투자 다변화를 고민 중이다. 하지만 결국 혈세인 연기금 여유자금을 공격적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아 정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연기금 투자풀에 예탁된 연기금 여유자금은 약 20조6000억원이다. 공공기관 7개와 기금 55개 등 총 62개 기관이 여유자금을 투자풀에 예탁하고 있다. 예탁금은 삼성투신운용(74.1%)과 한국투자신탁운용(25.9%)이 각각 운용 중이다.
각종 연기금 여유자금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고, 자산운용의 전문성을 보완하자는 취지로 2001년 연기금 투자풀 제도가 도입됐지만 최근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6월 현재 예탁금의 절반 이상인 50.4%(10조4000억원)가 채권형에 투입돼 있기 때문이다. 채권형 펀드는 자금의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투자비중이 높은 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연기금 투자풀은 2002년 채권형 펀드에 투자해 6.16%의 수익을 얻었지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수익률은 1% 중반대로 하락했다. 나머지 유형의 펀드 역시 수익률이 하락세다. 자금의 31.0%(6조4000억원)가 투입된 ‘혼합형(채권+주식)’의 경우 2002년 6.33%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83%로 감소했다. 머니마켓펀드(MMF) 역시 같은 기간 수익률이 4.68%에서 1.37%로 떨어졌다. 유일하게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상반기 18.75%까지 치솟았지만 연기금 투자풀에서 할당된 비중은 1.5%(3000억원)에 불과하다.
기재부는 채권형 펀드에 집중돼 있는 투자구조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대체 투자처를 찾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다 효율적으로 투자풀을 운영하기 위해 내년 초쯤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부동산 투자를 비롯해 대체투자 가능성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는 “연기금 투자풀의 경우 높은 수익보다 안정적 운영이 더 중요하다”며 “주식형 펀드처럼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그만큼 위험도 커서 자칫 원금손실이 발생할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자본시장 활황인데… 성적 저조한 ‘연기금 투자풀’
입력 2017-11-14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