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당시 제주 앞바다에서 침몰한 일본 군함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제주도 차원의 첫 수중조사가 실시된다.
제주도는 ‘태평양 결7호 작전’의 유산을 확인하기 위해 이달 중 민간 잠수사들을 투입,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 사이 해상에서 침몰해 가라앉은 일본 군함의 실체 확인에 착수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근 한림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림읍주민자치위원회의 요청을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가라앉은 일본 군함은 모두 3척으로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4월 새벽 정박을 위해 비양도 남쪽으로 이동하던 중 미국 잠수함의 어뢰를 맞고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승조원 660여명 가운데 500명이 숨졌고, 160여명은 제주 본섬으로 떠밀려오거나 해상에서 표류하던 중 구조됐다.
‘결7호’는 태평양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일제가 본토사수를 위해 제주도에 7만여명의 병력을 집중 배치했던 작전이다. 이 작전으로 일본군은 제주에 주둔하며 도 전역을 군사 요새화하기 위해 제주도 해안에 동굴진지를 구축했는데, 상륙하는 미군 함정을 공격하기 위한 자살 특공기지였다. 대표적인 진지조성 장소가 송악산 등지로 송악산의 배후지인 드넓은 벌판 ‘알뜨르’에는 일제의 지하벙커·관제탑 흔적 등이 남아 있다.
침몰한 함정의 실존 여부는 2015년 7월 제주KBS 방송이 수중 촬영에 성공하면서 처음 확인됐다. 도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수심 11m에서 길이 100m의 선체와 탄약 상자까지 확인됐다”며 “도 차원에서 조사를 벌여 결과를 문화재청에 알리고 수중문화재 가치를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제주도 ‘태평양 결7호 작전’ 유산 확인 나서
입력 2017-11-13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