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찬수] 인사형통

입력 2017-11-13 17:33

최근 삼국지를 다시 읽고 있다. 영웅호걸들이 만들어가는 역사에 매번 가슴이 뛰고 그들이 펼치는 지략, 특히 용인술에는 혀가 내둘러진다. 그리고 자식처럼 아끼던 마속이었지만 독단적 행동으로 나라에 큰 해를 입힌 그를 울면서 베던 제갈량의 모습은 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람에 대한 관리, 즉 인사업무는 제갈량처럼 정해놓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평소 필자의 소견이기도 하다. 그래야 조직과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지난 7월 병무청장으로 부임하여 인재의 발굴과 육성, 배치 등 인사관리의 전반을 공정하고 조화롭게 운영하면서 구성원 간에는 건전한 경쟁 구도를 조성하기 위해 ‘공정, 조화, 경쟁’의 3가지 세부 운영방향을 마련했다. 공정과 조화는 조직의 안정과 화목을 보장하는 한편, 경쟁은 조직의 활력과 역동성을 이끌기 때문이다.

특히 인재발굴에 있어서 공정성의 확보는 그 어떤 것보다 우선돼야 하기에 종전의 구태의연한 방식을 탈피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근무평정과 승진 시 개최하는 인사위원회의 위원선정 방식을 지연·학연·근무연 등이 연관되지 않도록 전체 인력 풀에서 객관적으로 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아울러 선정된 위원에게는 선정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위원회 개최 직전에 통보하도록 변경, 위원들 간 사전 조율이나 협의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는 사심 없이 투명하고 공정한 근무평정과 승진심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심사결과에 대한 구성원의 수용도를 높여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더불어 연공서열을 탈피해 젊고 우수한 인재는 발탁하되 묵묵히 일하는 직원이 소외되지 않도록 인사운영에 조화를 이루었다. 또한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기강문란자에 대하여는 승진에서 배제시키는 등 엄정한 신상필벌로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있다.

발굴한 인재를 더 크게 키우는 통상의 방법은 교육이나, 이보다 더 좋은 인재육성법은 구성원 간에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동료와 선후배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한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9급 공채 출신의 기획조정관을 차장으로 임명했다. 출신과 학력, 지역을 완전히 배제하고 병역문화의 개혁을 이끌 능력과 추진력을 선발기준으로 한 결과였다. 고시와 비고시, 같은 9급 출신과의 경쟁을 통해서 조직에는 활력을, 조직구성원에게는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좋은 선례가 됐다.

인사관리 중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역시 인력 배치다. 저마다의 역량을 맘껏 펼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가 중요하며, 이는 개인의 업무만족도는 물론 조직의 생산성 또한 높이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환경에 따라 피라미가 될 수도 대어가 될 수도 있는 ‘코이’라는 물고기처럼 사람도 처해 있는 상황과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크기가 달라지는 법이다. 웃으면서 자발적으로 하는 업무수행은 성과를 배가할 수 있으며, 결국에 그 직접적인 수혜자는 국민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적재적소의 인력배치는 인사관리의 마침표라 할 수 있겠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 모든 일은 사람을 관리하는데서 비롯된다. 어떤 사람을 얻고, 어디에 두며,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조직의 성패는 물론 한 나라의 명운이 갈리기도 한다. 오죽하면 인사가 잘 되어야 만사가 형통하다는 ‘인사형통(人事亨通)’이라는 말도 있겠는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기 어려운 길, 법과 원칙에 따른 인사야말로 인사형통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이는 공정한 조직 문화를 이끈다. 병무청의 걸음은 이미 시작됐으며, 공정한 인사관리는 미래를 선도하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기찬수 병무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