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구 다이어리에 적힌 ‘전병헌 회동’

입력 2017-11-13 05:05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때 田수석 관련 정황 드러나

田 비서관 ‘심사 잘못’ 제기
강-전 회동 후 3억 후원
檢, 대화내용 확인나서


검찰이 확보한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의 다이어리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회동 기록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후원금 명목 뇌물 3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전 수석 역시 후원금 거래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014년 방송채널사용사업 재승인 신청을 수개월 앞두고 납품비리 수사를 받아 신헌 전 대표 등 10명이 기소되는 악재를 만났다. 재승인 탈락 위기에 놓인 롯데홈쇼핑은 같은 해 8월 재승인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청와대 비서관 출신 등 외부 인사를 대관업무 담당으로 영입했다.

강 전 사장은 2015년 5월까지 급여를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거나 이른바 ‘상품권 깡’ 등을 통해 로비용 ‘실탄’ 수억원을 마련했다. 이 중 5400여만원은 임직원 명의를 빌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 소속 의원 등의 정치후원금으로 지출됐다. 일부 재승인 심사위원 접대비용, 2015년 5∼7월 진행된 감사원 기동감사 무마 청탁 등에도 쓰였다.

이처럼 재승인 심사와 사후 문제제기 등에 대처하려는 전방위 로비가 벌어지던 시기에 전 수석의 비서관이던 윤모(구속)씨가 등장한다. 그는 재승인 결정 직후인 2015년 5월 초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을 불러 “심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윤씨는 롯데홈쇼핑 측에 전 수석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도 요청했다.

전 수석도 그해 5∼6월 강 전 사장을 직접 만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사장의 다이어리 및 사장 비서가 삭제했던 구글 캘린더 일정표 복구 자료에는 두 사람의 회동 일시와 장소 등이 기록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홈쇼핑은 결국 6월 하순 강 전 사장의 결재를 거쳐 7월 열린 ‘케스파(KeSPA)컵 시즌2’ 스폰서 참여를 결정했다. 후원금 3억원에 부가가치세 10%도 부담키로 했다.

검찰은 이 돈을 ‘부정한 청탁’이 전제된 뇌물로 보고 있다. 전 수석과 강 전 사장 간 면담에서 오간 대화, 자금 집행 과정에서 전 수석의 역할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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