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먹거리’를 두고 업종별 신경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은행은 증권사와, 보험사는 카드사와 양보 없는 공방을 펼치는 중이다. 미래 수익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익을 지키려는 쪽과 넓히려는 쪽의 다툼이 치열한 것이다.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업무를 놓고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발행어음 업무는 금융회사가 자체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하고, 조달한 돈을 성장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한 초대형 IB 육성 정책의 핵심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이 업무를 허용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13일 한국투자증권에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할 예정이다. 한국에 첫 초대형 IB가 탄생하게 된다.
은행들은 그간 초대형 IB가 은행의 기업대출 업무를 침범한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은행연합회는 급기야 지난 9일 “(금융위가) 업무 인가를 보류해야 한다”는 공식 성명을 냈다. 금융투자협회는 즉각 반박했다.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가 안 돼 은행 예금과 다르고, 돈도 저신용등급 회사채에 투자돼 은행 대출과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IB 업무의 추가 확대를 막으려는 은행권의 사전 포석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보험·카드업계는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보험료 카드 납입은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이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전체 보험료의 9.7%에 불과한 카드 결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완강하다. 적어도 카드 수수료라도 깎아야 한다고 본다. 보험료를 굴려서 내는 수익이 연 3∼4%인데 2%대 수수료를 내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매월 저축성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면 은행 정기적금도 카드 결제해야 되는 것이냐”며 “고객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카드사 수익만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카드업계는 형평상 보험사에만 수수료를 깎아줄 순 없다고 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영세상인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 등으로 입은 타격을 만회할 기회다.
금융업권 간의 다툼이 결국 밥그릇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내 몫은 하나도 포기 못 한다고 하지 말고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비즈카페] 업종별 먹거리 다툼 치열한 금융권
입력 2017-11-13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