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의 성추행 파문이 미국 공화당의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추문의 중심인 상원의원 선거 후보를 향해 당 주류 세력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지만 정작 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당 극우세력은 적반하장 식으로 버티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양상이 힘이 줄어든 공화당 주류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지난 9일 WP는 다음달 12일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로이 무어(70·사진) 공화당 후보가 검사보 시절이던 1979년 14세였던 여성을 두 차례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성년자 시절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 3명의 증언을 더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 주류 인사들은 잇달아 무어의 사퇴를 요구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10일 “범죄 기소에서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쓰지 선거에선 아니다”면서 사퇴를 종용했다. 2008년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9일 “앨라배마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할 후보를 뽑도록 무어 후보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역시 “청소년에게 그런 짓을 하는 사람에겐 공직을 맡길 수 없다”고 성명을 내놨다.
반면 무어와 그를 지지하는 극우파는 ‘배째라’로 일관하고 있다. 무어는 보도 직후 트위터로 “절대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후 첫 공식석상이던 11일 유세에서 “(의혹은) 정치적 공격”이라고 쏘아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극우인사 스티브 배넌 브레이트바트 편집인은 “한 남자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며 언론을 비난했다. 지역 당직자들은 심지어 “성경의 마리아도 성인이던 요셉과 결혼할 때 10대 소녀였다”며 소아성애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까지 내놓고 있다.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의혹이 사실이라면 무어 후보가 물러나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해외 일정으로 바빠) 문제를 잘 들여다보지 못했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10일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새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무어 후보와 경쟁자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는 각각 지지율 46%로 동률이었다.
조효석 기자
美 공화당 주류-극우파 상원 후보 성추문 격돌
입력 2017-11-1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