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THAAD) 갈등에 쉼표를 찍고 미래지향적 관계 회복을 선언했다. 일단 가장 큰 고비를 넘은 만큼 문 대통령은 12월 중국을 방문해 본격적인 양국 관계 발전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시 주석은 특히 이날 정상회담을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한·중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4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한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관건적 시기에 있다”며 “우리 회동은 앞으로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의 협력, 리더십 발휘에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얼마 전 문 대통령께서 당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저의 총서기 연임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내주셨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시 주석께서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함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 달성을 강조한 것을 보면서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지도자로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덕담했다. 이어 “한국에는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다. 중국에도 ‘매경한고(梅經寒苦)’라고 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의 고통을 이겨낸다는 사자성어가 있다”면서 “한·중 간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도록 양측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회담장에 들어설 때 두 정상은 미소를 지은 채 입장했다. 모두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선 문 대통령의 통역기 상태를 확인하며 두 차례나 “잘 들리십니까”라고 하는 등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다. 회담 분위기는 지난 7월의 첫 회담보다 한층 부드러웠다고 한다. 회담은 예정된 30분을 넘겨 50분가량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회담에서 정상 간 상호 방문,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략대화’ 강화에도 합의했다. 정상 간 셔틀외교에 버금갈 정도로 정례 방문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고위급 협의체가 구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미 한·중 관계 복원을 위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 간 채널을 가동시킨 바 있다. 앞으로는 북핵 대응에 국한되지 않고 양국 간 현안을 총괄하는 채널이 상설화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존 고위급 회담을 계속 확장하는 한편 새로운 대화체를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음달 문 대통령의 방중 합의는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드 앙금’을 털고 두 정상이 직접 교류에 나서면서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2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한 뒤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차 필리핀으로 이동, 아세안 50주년 기념 갈라만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기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회동할 전망이다. 회동에선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되 ‘사드 보복’ 문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드 문제를 봉인하기로 한 만큼 경제보복 피해나 보상 방안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3일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14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다낭·마닐라=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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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땅 굳어” “오늘 만남 좋은 시작”
입력 2017-11-12 18:40 수정 2017-11-12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