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4년 9개월 만에… MB 턱밑 겨누는 檢

입력 2017-11-13 05:08
사진=윤성호 기자

사정 당국, 재임시절 자행한
정치공작 최종 배후로 지목
보고라인 이어 직접 조사 불가피
‘차명 논란’ 다스 의혹도 정조준


이명박(MB)정부 시절 국군과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이 전 대통령 턱밑까지 왔다. 이 전 대통령은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등 거듭된 비리 연루 의혹에도 수사를 비켜갔지만 퇴임 후 4년9개월 만에 검찰 조사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12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군과 국정원이 자행한 정치 개입 공작의 최종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법원은 11일 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활동을 기획·지시한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최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의 정치 개입 활동을 보고받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 활동 내용을 보고했다’고 시인했다. 검찰은 사이버사 군무원 증원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우리 사람을 뽑아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김 전 장관으로부터 확보했다. 2012년 3월 10일 사이버사의 ‘사이버사령부 관련 BH(청와대) 협조회의 결과’ 문건에도 사이버사 군무원 증원은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 적혀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은 김 전 장관 구속영장청구서에 적혀 있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은 아직 출국금지 조치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 책임자를 추적해온 수사 흐름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 전 대통령의 진술을 청취하는 일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당시 국방부와 실무 협의를 담당한 김태효 전 대외전략비서관과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윤영범 전 국방비서관 등 청와대 보고라인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의 전방위 정치 개입 공작에 있어서도 ‘몸통’으로 의심받고 있다. 원 전 원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민간인 댓글부대 ‘사이버 외곽팀’ 활동 등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 자체 조사 결과 당시 국정원이 ‘VIP 일일보고’ ‘BH 요청 자료’ 등 형태로 활동 내용을 보고한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검찰은 구속 수감돼 있는 원 전 원장과 유성옥·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치인·학자 비방, 공영방송 장악,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대기업-보수단체 ‘매칭 사업’ 등과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소유 논란이 불거진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다스(DAS) 관련 의혹도 그의 등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현재 ‘이 전 대통령이 공권력을 동원해 다스가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하는 데 개입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인지도 규명할 계획이다.

글=신훈 기자 zorba@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