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갖춘 살해 도구, 즉 ‘킬러로봇’을 놓고 유엔이 처음으로 논의에 들어갔다.
AFP통신은 13∼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회의에서 킬러로봇이 주제로 논의된다고 12일(현지시간) 전했다. 킬러로봇의 효용이나 부작용을 놓고 유엔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킬러로봇은 기계가 인간 살상을 결정한다는 것 때문에 악용 우려부터 로봇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종말론적 공포까지 갖가지 논란을 부르고 있다. 특히 독재자나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거나 해킹을 당할 경우 대형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미 무기 생산업자들은 로봇 보초병과 자율주행 탱크로부터 표적을 추적해 타격할 수 있는 드론까지 많은 첨단 자동화 무기를 개발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 각 분야에서 킬러로봇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8월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구글 딥마인드의 무스타파 술레이만 등 세계 각국의 AI 관련 기업가 137명이 유엔에 킬러로봇을 금지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다만 이번 유엔 회의에서 킬러로봇을 금지하거나 규제를 위한 협약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낮다. 회의를 주재하는 아만디프 길 인도 군축대사는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시민단체, 첨단 기술 기업들도 참여해 킬러로봇의 유형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 토의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킬러로봇 반대론의 핵심 논거는 살해하거나 파괴하는 결정의 주체가 궁극적으로 사람이 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타협할 수 없는 명제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치명적인 무기가 인간의 통제를 거치도록 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AI 탑재 ‘킬러로봇’ 현실 될라… 유엔 첫 토론
입력 2017-11-12 19:05 수정 2017-11-12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