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전모(44)씨는 2014년 9월 신모씨로부터 50억원이란 거액을 송금 받았다. 이 돈은 신씨가 맥심트레이더라는 유사수신업체를 통해 ‘최대 144%의 이자수익을 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끌어 모은 돈이었다. 신씨는 이 돈을 전씨의 법무법인 계좌를 통해 해외로 빼돌릴 심산이었다. 두 사람은 ‘전씨는 신씨가 지정한 계좌로 50억원을 송금한다’는 자문 계약을 맺었다.
50억원을 손에 쥐자 전씨의 생각이 달라졌다. 먼저 1억원으로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 운영비를 내고 개인채무를 갚았다. 이어 이듬해 4월까지 대여금 반환과 차량 리스 대금, 직원 급여 등으로 총 20억7800여만원을 썼다. 이 사실이 들통 나 전씨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신씨가 맡긴 돈은 범죄 수익금이라 계약 내용을 따를 의무가 없고, 이 돈 일부를 임의로 썼다 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범죄 수익금을 해외로 송금했다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실형이 선고된 다른 피고인의 사례도 거론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계약 내용만으론 이 돈이 불법원인 급여라거나 선량한 사회 풍속·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 볼 수 없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은 “변호사로서 고도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무가 필요함에도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은 채 죄책을 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전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원심의 유죄 판단은 법리에 비춰 정당하다”며 이를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신씨 역시 지난해 8월 사기죄 등으로 징역 9년이 확정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금융사기범 위에 ‘法꾸라지’
입력 2017-11-12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