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적폐청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적폐청산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중차대한 시기에 안보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활동과 관련해서 보고받은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상식에 안 맞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11일 구속된 데 따른 반응이다. 검찰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셈이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확보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 문건을 김 전 장관에게 보여줘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2012년 3월 작성된 문건에는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돼 있다. 김 전 장관은 검찰에서 증원 계획을 한두 차례 보고했더니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고 승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시에 따라 사이버사령부는 대선을 앞둔 그해 7월 예년의 10배 가까운 군무원을 선발해 상당수를 사령부 내 심리전단에 배치했다. 검찰은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민간인 댓글팀을 운영한 사건의 배후에 이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바짝 다가선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국민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대통령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일지라도 불법 행위가 밝혀질 경우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는 필수적이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과거와 인적 청산에만 얽매여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이 오욕의 사슬을 끊기 위한 제도와 의식 개선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 적폐청산도 좋지만 개혁을 완성하기 위한 국가 시스템 구축도 뒤따라야 한다.
[사설] “적폐청산이 감정풀이라는 의심이 든다”는 MB
입력 2017-11-12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