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그의 눈은 바쁘게 움직였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길, 그는 문득 도로에 서 있는 차들을 봤다. 어두운 차 안, 밝게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빛은 차 안을 환히 비췄다. 운전자들의 눈이 향한 곳은 스마트폰 화면.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차 안 운전자들이 전부 그랬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그 모습은 한 편의 공익광고로 만들어졌다.
현대차그룹 광고회사 이노션의 아트디렉터 이준오(41)씨는 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주관한 대한민국 공익광고제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안전운전을 주제로 한 그의 광고는 단 몇 장면으로 공감을 불렀다. 광고는 바깥을 비추던 블랙박스가 갑자기 차안을 비추면서 사람들을 보여주는 데서 시작한다. 운전 중 스마트폰, 뒷좌석 벨트 미착용, 운전 중 방송 시청 등을 통해 차 바깥보다 안이 더 위험함을 잘 보여준다. ‘안전은 안에서부터’라는 제목의 광고는 4번의 심사를 통과해 대상으로 선정됐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이노션 본사에서 만난 이씨는 ‘눈의 부지런함’을 강조했다. 이씨는 “평소에 주변을 부지런히 살피는 편이다. 책이든 풍경이든 눈을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시야가 넓어진다”며 “광고인으로는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년 동안 아트디렉터로 일한 이씨는 한결같이 부지런했다.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공모전에 도전했고 광고회사를 다니면서도 따로 시간을 내 아이디어를 만들고 출품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3년과 2014년 대한민국광고대상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공익광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씨는 “내 능력을 활용한 광고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준다는 게 좋은 것 같다”며 “9세, 6세 두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익광고는 광고주의 의견에 맞춰야 하는 일반광고와는 달리 제안자의 의지대로 실현된다. 이씨는 “매력적인 자동차 광고만큼 안전한 자동차 공익광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품 광고나 PR뿐 아니라 다른 활동들을 많이 하는 광고인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글=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이준오 이노션 아트디렉터 “안전은 안에서부터… 눈보다 더 정확한 메시지는 없어요”
입력 2017-11-12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