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유진기업이 내년 1월 주택보수 DIY(Do It Yorself·직접 제작) 전문매장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산업용재협회 등 소상공인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유진기업이 자재·공구를 파는 영세 업체들을 시장에서 내몰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반면 유진기업은 DIY매장에서 팔게 될 품목은 자재·공구 소상공인들이 파는 품목과 크게 겹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유진기업은 내년 1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470여평 규모로 1호 주택보수 DIY 전문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매장에서는 인테리어에 필요한 자재·공구 등과 자동차용품, 생활용품, 애완용품, 페인트, 원예용품 등을 팔 계획이다. 미국 공구·자재 유통업체 에이스하드웨어(Ace Hardware)와 납품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유진기업은 미국의 창고형 건축자재 대형마트 ‘홈데포’를 벤치마킹해 종합 건축자재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집 리모델링을 대행해주는 ‘홈 임프루브먼트’ 사업도 시작했다. 이번 DIY매장 진출은 종합 건축자재기업 계획의 연장선상에 있다.
자재·공구 소상공인단체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멍가게와 슈퍼마켓이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밀려났듯 자재·공구 소상공인도 생계가 짓밟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못이나 스티로폼, 해머드릴처럼 건축이나 인테리어에 쓰이는 물건을 파는 자영업자들이다. 김진식 한국산업용재협회 유통분과 위원장은 “자재·공구 업계는 동네 철물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일본에서도 대형철물업체 ‘홈센터’가 생기면서 오사카 공구거리가 전멸한 것처럼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용재분야엔 소상공인 24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직원을 덜 고용해도 운영이 가능한 대형매장이 들어서면 소상공인들은 5년 내 4만여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진기업은 소비자 편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현재 집을 꾸미려면 도배지와 풀, 롤러 등을 모두 다른 매장에서 사야 해서 소비자가 번거로워하는 상황”이라며 “DIY매장은 이런 불편함을 덜어준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판매품목이 소상공인과 겹칠 수 있지만 아직 품목이 정해지지 않았고 그 수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단체의 우려는 섣부른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DIY매장이 들어서면 자재·공구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이 늘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높다”며 “다만 소상공인들의 우려를 감안해 상생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주택 DIY 마트 추진에… 영세 업체 “생계 위협” 반발
입력 2017-11-13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