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증여 장모가 결정”… 홍종학 ‘해명 청문회’

입력 2017-11-11 05:00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野, 편법 증여 의혹 등 융단폭격
洪 “증여세 최대 납부 위한 결정
딸에게 현금 더 증여해
모녀간 채무관계 해소하겠다”
학벌 지상주의 논란 저서 관련
“명문대 독식구조 문제 지적한 것”
靑 ‘낙마할 상황은 아니다’ 판단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편법 증여 등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굉장히 아프다”면서도 “증여세를 최대한 납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홍 후보자는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쪼개기 증여’ 의혹에 대해 “증여세를 법적으로, 최대한 (많이) 납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증여 방법은 전적으로 장모의 결정이었으며, 본인은 관여할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회계법인에 ‘증여세를 더 내도 좋으니, 일반 시중의 관행에 따르지 말고 철저하게 세금을 납부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여세를 최대한 많이 내려고 했다. 만약 실수가 있었다면 언제든 더 낼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자의 딸은 초등학생이던 2015년 홍 후보자 장모로부터 서울 충무로 상가건물 지분의 25%(8억6500만원)를 증여받았다. 같은 시기 홍 후보자 부인도 같은 지분을 증여받았다. 이를 두고 야당은 10억원 초과 증여 시 가산되는 증여세율을 낮추기 위한 편법이라고 지적해 왔다.

그는 딸의 증여세 납부 과정에서 부인과 딸이 2억2000만원의 채무 관계를 맺은 것에 대해 “미성년자가 많은 현금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그렇게 처리했다”고 답했다. 홍 후보자는 “딸이 회계법인의 회계처리에 따라 엄마에게 매년 한 차례씩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며 적법 절차를 따르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딸의 연간 임대수익(6000만원)이 이자 지출(1000만원)보다 훨씬 많아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계속되자 홍 후보자는 딸에게 현금을 더 증여해 모녀간 채무 관계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채무 계약을 유지하는 게) 더 불편하고, (금전적으로) 조금도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채무 관계를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증여세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홍 후보자와 딸이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증여와 관련해 지출한 액수는 7억3442만원인데, 그동안 감소한 현금성 자산은 2억1700만원뿐”이라며 “5억1700만원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임대보증금 3억원과 상당한 액수의 대학 퇴직금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자는 중소기업 폄하·학벌 지상주의 논란을 부른 저서(‘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에 대해서는 “책 전체를 보면 명문대 독식구조라는 우리나라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언론이 일부분만 인용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홍 후보자는 “경위야 어떻게 됐든 잘못된 표현으로 상처받은 분들이 있으면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홍 후보자를 향해 ‘세꾸라지(세금+미꾸라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 ‘장물아비 후보자’라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은 홍 후보자 부인의 금융거래 내역 및 딸의 청심국제중 입학 서류 등이 제출될 때까지 정회할 것을 요구하다 결국 퇴장했다.

청와대는 ‘홍 후보자가 낙마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미 7명의 장·차관급 인사가 낙마한 상황에서 홍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문재인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혁신 성장’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최승욱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 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