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을 어찌할꼬…”

입력 2017-11-11 05:01

아시아서 양국 이해 충돌

“미국은 안보·중국은 경제
정부, 적절한 균형 잡아야”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놓고 혼선을 수습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제안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받아 정책 기조로 확립해 가고 있는 이 구상의 핵심은 중국 견제다. 아시아에서의 미·중 전략이 정면충돌하는 것이어서 우리 정부로선 외교적으로 적절한 위치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10일 “한국은 진보정부든 보수정부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프레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며 “미국이 현재 인도·태평양 구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정부가 동참한다거나 안 한다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내년 초 미국에서 인도·태평양 구상이 공식화돼 그 목적이 중국 견제라는 점이 확실해지면 한국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한·미·일 안보협력이다. 우리 정부는 3국간 안보협력의 목적을 북한 문제에 한정하고 있다. 반면 미·일은 북한과 함께 중국을 겨냥한 협력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은 한·미·일 군사동맹화를 경계하면서 한국이 미·일에 치우치지 않도록 계속해서 압박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전날 “미국이 제시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외교다변화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나 공동의 전략적 목적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적절한 개념인지에 대해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우리가 편입될 필요는 없다” 발언이 한·미 간 엇박자 논란을 불러오자 협의가 필요하다는 선에서 일단 수습한 것이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간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자는 것이 골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한 맞대응 측면도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아시아 전략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서열 1, 2위인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다음주 동남아행이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가 인도·태평양 구상을 보다 능동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동아시아 역내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는 나라가 한국 일본 인도 베트남”이라며 “이런 나라들이 합종연횡해 중국이 패권 세력으로서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지역 전략으로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천 전 수석은 “정부가 이런 비전이 없기 때문에 단순히 편입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