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FTA 공청회 파행… ‘개최다’ ‘아니다’ 논란

입력 2017-11-10 18:18 수정 2017-11-10 21:5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대책위원회 소속 축산업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에서 FTA 재협상에 반대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뉴시스

농축산단체 거센 항의로
20여분 만에 결국 중단
법에 따라 거쳐야할 절차
정부 “법적 요건 충족됐다”
공개토론 없었기 때문에
개최된 것 아니라는 지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위해 정부가 진행하려던 공청회가 농축산단체 등의 반발로 파행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청회를 치른 것으로 간주하는 모습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관련 국민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시작했다. 공청회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의 인사말에 이어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의 한·미 FTA 성과 소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 발표, 전문가 종합 토론 및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발표하던 도중 농축산단체가 거세게 항의하면서 공청회는 20여분 만에 중단됐다. 농축산단체는 오전 11시쯤 패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폐회 선언”을 요구하며 단상을 점거했다. 주최 측은 낮 12시쯤 강 차관보 등 산업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빠져나가자 “공청회를 마치겠다”며 행사를 종료했다.

토론자였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송기호 변호사는 “오전 9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공청회를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산업부 관계자들이 거센 항의와 욕설을 들으면서도 현장을 지킨 것은 공청회 개최의 당위성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청회는 공개토론으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토론회가 없었기 때문에 공청회 개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청회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통상 협상을 개시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다. 통상절차법에는 경제적 타당성 검토→공청회→조약체결 계획수립→국회보고 순으로 진행하도록 돼 있다.

산업부는 공청회 직후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개정 협상을 위한 향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가 관련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고 본 것이다. 행정절차법 21조4항에 따르면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같은 법 21조1항에 따라 행정처분의 사전통지 의무를 면해준다. 2012년 2월 한·중 FTA 협정 개시를 위한 공청회도 농민단체 반발로 파행했지만 당시 정부는 공청회를 마무리한 것으로 봤다.

정부의 경제타당성 검토 결과는 빈축을 샀다. 보고서는 한·미 FTA 개정에 따른 제조업 등의 추가 시장개방 수준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공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제시한 시나리오를 보면 개정 효과는 미미했다. ‘낮은 수준의 개정’ 시나리오에서 실질 GDP는 0.0004%, 소비자 후생은 1200만 달러 늘어났다. ‘높은 수준’에선 실질 GDP와 소비자 후생이 각각 0.0007%, 2400만 달러 증가했다. 자동차·철강 분야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농산물 등의 추가 개방과 관련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