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 탈퇴로 좌초 위기에 빠졌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미국을 뺀 11개국 참여로 출발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협상 타결을 앞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지만 TPP11이 출범할 경우 수출시장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한국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0일 일본과 호주, 캐나다 등 TPP 가입국 정상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고 있는 베트남 다낭에서 애초 계획과 달리 TPP 회생 협상 타결을 선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과 블룸버그통신은 11개국으로 구성된 ‘TPP11’ 당사국들이 9일 장관급 각료회의를 열고 관세철폐 유지 등 개괄적인 협정 내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TPP는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2005년부터 추진됐다. 복수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임에도 양자 FTA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까지 미국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말레이시아 페루 칠레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 12개국이 가입해 거대 다자간 무역협정의 출범을 예고했다. 하지만 올 초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좌초 위기에 몰렸었다.
TPP11 출범이 급물살을 탄 것은 APEC을 앞두고 지난주 일본에서 진행된 11개국 수석대표회의 직후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나라 간 쟁점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지난 6일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TPP는 잘못된 것’이라며 확실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11개국도 더 이상 미국의 재가입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PEC에서 TPP11 당사국들이 협상 타결을 선언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TPP 조기 발효를 위한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가 ‘속도’보다 ‘질’이 중요하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합의한 조건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11개국이 극적으로 TPP 발족에 합의하면 이후 각국 의회에서 비준동의를 거쳐야 하고, 6개국 이상이 비준하면 협정은 발효된다.
TPP11 출범은 가입 타이밍을 놓쳤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한국 정부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태 지역에서 무역 주도권을 잡기 위해 TPP11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 중인 중국은 경제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세계 경제 규모 12위인 한국을 영입하려고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경제적 득실을 따져 TPP11 가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7.5%에 달했던 TPP 경제권 규모는 미국이 탈퇴하면서 12.9%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9개 나라와는 이미 FTA를 체결한 상태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美 빠진 TPP 살리기’ 안간힘… 11개국 협상 타결 앞두고 막판 진통
입력 2017-11-10 18:20 수정 2017-11-10 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