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영사관 보호 요청 묵살”
북송 탈북자 어머니 분노
中, 한국정부 협조요청 외면
올들어 무더기 북송 더 심각
지난달 중국 지린성 바이산시에서 변방대(국경경비대)에 체포된 10∼40대 탈북민 5명이 결국 강제 북송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국민일보 11월 8일자 1면 참조).
한국의 외교당국은 체포나 북송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력했고, 중국은 한국 정부의 협조요청을 끝내 외면했다.
강제 북송된 탈북민의 모친 A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변방대에 아이들이 체포된 뒤 상황을 알아보던 중 북한 내부에서 ‘5명 모두 북한으로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자녀를 남쪽으로 데려오기 위해 북한에서 빼내왔던 A씨는 “나 하나 때문에 자식들이 이렇게 됐다”며 “정치범수용소에서 몇 년이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하나도 신경을 안 써줬다. 정말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도 했다.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나온 직후 중국 선양의 한국영사관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탈북자 가족들은 이 과정에서 선양영사관이 신변보호 요청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남편은 “아이들이 탈북한 뒤 직접 선양영사관을 찾아 보호를 요청했지만 ‘직접 브로커를 구해서 제3국을 경유해 한국에 가라’고만 했다”고 전했다. A씨는 하릴없이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는 이들을 찾아 라오스로 아이들을 데려갈 계획을 세웠다. 어렵게 만난 브로커와 한국행 루트를 짰다.
이들은 지난달 말쯤 라오스를 향해 출발했다가 새벽녘 중국 변방대에 붙잡혔다. 탈북자 가족들은 지난달 31일 다시 주선양총영사관에 체포 사실을 알리고 “북송만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선양영사관 관계자는 “요청을 받고 중국 측 담당자를 만나기까지 했지만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워낙 민감한 사항이어서 어떻게 처리될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중 접경 지역에서 활동했던 강석진 선교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이 탈북민 단속을 강화했다며 “사드 전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에서 협조를 많이 해 줬다”고 전했다. 새터민 B씨는 “탈북을 계획했던 부모와 지난 6월 이후 연락이 끊겼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게(북송) 아니라고 믿고 싶다”면서도 “주변에서 북송됐단 소식이 들릴 때마다 무서워 죽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한국 정부와 협의문을 발표하고 사드 문제가 해소됐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탈북민 문제에서는 한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 지난 4일과 6일에도 모두 16명의 탈북민이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나 중국은 이들의 북송 여부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내·국제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유관 문제를 처리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천명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중국에서 무더기 북송되는 탈북민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탈북자 구출·구호단체인 갈렙선교회 대표 김성은 목사는 “과거에도 송환되는 사례가 없지 않았지만 올해 훨씬 더 심해졌다”며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170여명이 북송됐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외교부는 최선을 다하겠단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단독] 탈북 5명, 中서 끝내 북송… 정부는 없었다
입력 2017-11-10 18:53 수정 2017-11-10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