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월드컵 직전 韓평가전 보니… 본선 결과와 묘하게 일치

입력 2017-11-10 18:29
한국 축구 대표팀 박지성이 2002년 5월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를 제치고 돌파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황선홍이 1998년 6월 4일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재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황선홍은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아 결국 그해 열린 프랑스월드컵에서 내내 벤치를 지켰다. 국민일보DB

한국 축구 대표팀이 10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최정예 선수들을 내세우며 내년 러시아월드컵을 대비한 모의고사를 치를 예정이다. 평가전 성적이 월드컵 본선 성적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대표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4강 신화를 이뤄낸 2002 한일월드컵과 1무2패의 참혹한 성적을 받은 1998·2014 월드컵은 평가전의 흐름과 월드컵 성적이 묘하게 일치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강팀과 자주 맞붙고 월드컵 직전에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평가전을 치르면 월드컵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은 부임 초에는 평가전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다. 2001년 대표팀을 맡은 히딩크 감독은 그해 유럽의 강호 프랑스, 체코와 맞붙어 모두 0대 5로 지면서 ‘오대영’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생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경기력이 좋아졌다. 특히 세계적 강호와 맞붙으며 경기운영 및 수비전술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2002년 1월 북중미 골드컵에서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상대인 미국과 만나 1대 2로 졌다. 하지만 미국의 전력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고 결국 월드컵 조 예선전에서 1대 1 무승부를 거뒀다. 히딩크호는 남미의 우루과이, 월드컵 본선 진출팀 터키, 코스타리카 등 실력파 팀들과 맞붙어 기량을 키웠다. 월드컵 개최 직전인 5월에 국내에서 치른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은 국민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계기가 됐다. 데이비드 베컴 등 호화멤버의 잉글랜드와 1대 1로 비긴데 이어 디펜딩 챔피언인 프랑스와는 격전 끝에 2대 3으로 석패했다. 프랑스에 비록 졌지만 내용은 어떤 평가전보다 뛰어났다는 찬사를 받았고 이 기운을 이어가며 4강 진출이라는 값진 결과를 건졌다.

앞서 1998 월드컵 준비과정은 겉보기에는 썩 나쁘지 않았다. 대표팀은 총 22차례 평가전을 치렀는데 10승6무6패의 성적을 수확했다. 하지만 차범근호는 정기전, 친선전에서 주로 아시아 국가와 경기를 했다. 월드컵을 눈앞에 둔 98년 5월 체코전(2대 2 무승부)을 빼면 유럽 국가와 맞붙은 경기가 거의 없었다. 특히 98년 6월 프랑스월드컵 출정식을 겸했던 중국과의 무의미한 평가전은 최대 악수가 됐다. 주전 스트라이커 황선홍은 중국 골키퍼의 거친 태클에 걸려 부상을 입었고 월드컵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대표팀은 황선홍에 초점을 맞췄던 공격전술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1무2패로 탈락했다.

1무2패로 1998 월드컵과 함께 흑역사로 남은 2014 월드컵에서는 대표팀이 경기력을 본선에 맞춰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선수 선발때부터 잡음이 많았던 당시 대표팀은 본선 확정 직후 맞이한 크로아티아,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모두 패했다. 이후에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다가 막판 튀니지에 0대 1로 진데 이어 최종평가전인 가나전에서 0대 4로 참패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평가전 결과에 사기가 떨어진 대표팀은 본선에서 힘 한번 못쓰고 탈락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