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러한 일이 벌어진 것인지… 선뜻 믿기지가 않습니다.”
10일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 중법정. 6년간 의붓손녀를 성폭행해 두 차례 임신·출산시킨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김모(53)씨를 향해 재판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 강승준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죄사실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원심의 형인 징역 20년은 다소 가볍다”며 “피고인을 징역 25년에 처한다”고 판결문을 읽어내려갔다. 두 손에 수갑을 차고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에 서서 선고 내용을 듣던 김씨는 착잡한 표정이었다. 1심에서 이미 징역 20년의 중형을 받은 김씨에게 2심 재판부는 5년을 더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1년부터 지난 1월까지 의붓손녀 A양(17)을 장기간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씨는 A양 친할머니와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상태였다. 비극은 친할머니가 부모의 이혼으로 오갈 데 없어진 손녀를 거두면서 시작됐다. 동거남인 김씨는 의붓손녀를 6년간 자택과 차량 등에서 반복적으로 성폭행했다. A양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도 했다. 김씨의 범행으로 A양은 지난 2015년 임신까지 했다. 김씨는 A양이 출산한 지 한 달도 안 돼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A양은 두 번째 출산을 했다. 당시 만 15∼16세였던 A양은 학교까지 그만둬야 했다. 연이은 출산에 친할머니가 의심을 하면서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다.
강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읽다가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판결문은 A양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길 바라는 한편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엄청난 고통을 겪은 피해자는 미성년자인데도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고, 위 같은 경위로 태어난 두 아이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강 부장판사는 김씨가 A양에게 행한 범행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자를 충분히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울먹였다. 강 부장판사는 수초간 침묵한 뒤 목을 가다듬고는 “피고인의 범행은 믿기지 않아 두 번, 세 번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라며 중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합의하에 맺어진 성관계였고 임신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범행을 자백하기는 했지만 “지적장애를 앓는 아들을 돌봐야 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질타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의붓손녀 성폭행범’ 징역 20년→ 25년 선고한 판사의 눈물
입력 2017-11-10 18:22 수정 2017-11-10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