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0달러… 유가 급등세 고? 스톱?

입력 2017-11-11 05:01

사우디 ‘피의 숙청’ 기름부어
두바이유 61달러 넘어서
석달새 20% 가까이 올라

셰일오일 증산 가능성 남아
한은 “내년 50달러 박스권”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내내 50달러 선에서 등락하던 유가가 9월 이후 강세로 전환되자 글로벌 경제는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부패 숙청에 따른 석유 수출 지장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원유 대체재인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아직까진 내년에도 배럴당 50달러대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한국석유공사가 10일 고시한 9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61.61달러를 기록했다. 유럽의 북해산브렌트유 역시 63.93달러,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유(WTI)는 57.1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두바이유 도입 비중이 85%에 달한다. 두바이유는 지난 8월 말 49.67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상승세로 전환됐고, 이번 주 들어 60달러대에 안착했다. 석 달 새 2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유가 상승으로 한국 경제가 받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노무라 증권의 보고서를 인용해 “유가 상승은 민간소비와 기업수익에는 부정적이나, 중동 산유국에 대한 해양플랜트 수출이나 건설수주 등엔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조선·해운업 및 정유업계 불황으로 고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나쁘진 않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4년 63%에서 2015년 38%로 떨어졌다. 유가는 오르지만 원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기에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이다.

단, 더 오르면 문제다. 배럴당 65달러 이상으로 높아지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된다.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여 원유 수요는 높아져 가는데, 사우디 에너지부는 12월 원유 수출량을 이달보다 12만 배럴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는 내년 3월로 끝나는 감산 합의를 다시 연장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행은 일단 내년에도 유가가 50달러대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은은 통화신용보고서에서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이 2018년 브렌트유의 배럴당 가격을 50.3∼54.1달러로 전망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산유국 정정불안과 감산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큰 폭의 변동 여지가 남아있다. KB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7월까지만 해도 미미했던 WTI와 두바이유 가격 차이가 최근 4달러 이상으로 확대됐다”면서 “중동의 정치 리스크가 확대됐기 때문이며 사우디 정정 불안에 따라 유가가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