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트렌드] 日 ‘5無 편의점’ 실험… 계산대·점원·현금·거스름돈·신용카드

입력 2017-11-11 05:02
일본 로손 편의점의 외관. 아래 사진은 로손이 차세대 편의점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연구용 편의점. NHK 캡처

고객이 물건 집어들면
게이트서 앱 자동결제

선호물품 등 빅데이터로
편의점 로손 모델 연구 중


가까운 미래의 편의점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편의점 체인 중 하나인 로손은 손님이 상품을 골라 그대로 들고 나가는, 계산대 없는 편의점을 고안하고 있다. 이 편의점에서 고객의 구매 이력과 매장 내 움직임 등은 빅데이터로 수집돼 마케팅과 제품 개발에 활용된다.

NHK방송은 10일 로손이 지난달 사내에 만든 연구실을 찾아가 이곳에서 진행 중인 실험을 소개했다. 일반 편의점 내부처럼 생긴 실험실에는 카메라와 센서가 곳곳에 달려 있고 모든 상품에 전자태그가 붙어 있다.

이곳에서는 스마트폰과 전자태그 등을 조합한 시스템을 시험하는 중이다. 상품에 부착된 전자태그는 전파를 발산하는 형태여서 바코드나 QR코드로 읽는 작업이 필요 없다. 매장에 들어온 손님이 상품을 집어 들고 출입구 쪽 게이트를 지나가기만 하면 게이트 센서로 상품 데이터가 인식되고, 고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결제 내역은 스마트폰 화면에 바로 표시된다. 계산대와 점원, 현금, 거스름돈, 신용카드가 필요 없는 구조다.

이 기술은 빅데이터가 집적된다는 점에서 업체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매장에 들어온 고객의 동선이 어떤지, 어떤 물건을 집었다가 내려놨는지 등이 데이터로 기록되며 스마트폰 결제를 통한 개개인의 구매 이력도 쌓인다. 업체는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기호에 맞춘 쿠폰을 보낸다든가 더 많이 살 만한 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로손뿐 아니라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등 다른 편의점 체인도 스마트폰 결제와 빅데이터 활용에 고심하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에서 차세대 점포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에 위기감을 느껴 이같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로손의 간부들은 중국 상하이의 첨단 매장을 시찰했다. 이들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슈퍼마켓 체인 ‘허마’를 보고 놀랐다. 온·오프라인 통합 매장인 허마에선 모든 상품이 셀프 계산대에서 모바일로 결제되며 온라인 주문 배달도 된다. 인터넷 주문이 들어오면 천장의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쇼핑백에 해당 상품이 담겨 신속하게 배달된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지역에 점포를 만들고 어떤 물건을 팔지 정하기 때문에 평당 매출이 현지 일반 슈퍼마켓의 5배에 달한다. 매장을 둘러본 로손 관계자는 “인터넷과 점포를 결합한 중국식 매장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