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철퇴 맞는 독일 자동차 업체들 문제는
세 업체, 인증 받은 것과 다른
배출가스 관련 부품 사용
모두 “고의 아니다” 밝혔지만
전문가들 “대형 악재” 평가
환경부가 독일 수입차 업체들에 700억원이 넘는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리면서 가장 크게 문제 삼은 부분은 가짜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제출해 당국을 속였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인 BMW그룹 코리아는 “고의가 아닌 오류”라고 항변했지만 과징금 처분과 자동차 판매정지에 따른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BMW는 2012∼2015년 국내에서 판매한 28개 차종 8만1483대에 대한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 예컨대 BMW는 2012년 ‘X6 M50D’ 모델 인증을 요청하면서 독일 본사의 시험일자가 2012년 12월 6일로 표기된 인증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 확인 결과 이는 ‘X5 M50D’ 모델의 2011년 12월 10일 시험 서류에 차 이름과 시험일자 등만 바꾼 것이었다. 정부는 이 부분이 괘씸하다고 보고 과징금 579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BMW는 이에 대해 “과거 수입 절차를 위해 제출한 서류에서 미비점이 발견될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고의적인 위변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BMW는 또 “차량의 운행, 안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해당 차량은 한국과 유럽, 미국의 배출가스 규정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인증서류 위조가 차량 결함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만 추후 결함 확인검사를 통해 문제가 확인되면 리콜 명령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3개 업체는 또 배출가스 인증받은 것과 다른 부품으로 차량을 제작해 각각 29억원, 78억원, 1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관련 부품은 다른 부품을 쓰면 반드시 변경했다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기, 위치, 촉매 성분 등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 부분도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수입 통관된 20만여대를 대상으로 세관 조사를 받았지만 인증 조작은 없었다”며 “변경 보고가 누락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3개 업체 모두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인증 서류 조작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행정처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체는 BMW그룹 코리아다. 환경부는 서류를 위변조한 BMW의 28개 차종에 대해 청문 절차를 거쳐 이달 중순 인증을 취소한다는 계획이다. 인증 취소는 판매 정지를 의미한다. BMW에 부과된 과징금도 두 건을 합치면 608억원이나 된다. 지난해 BMW그룹 코리아의 영업이익 64억원보다 10배가량 많은 액수다.
BMW는 이날 국내에서 판매 중인 M4와 M6 등 7개 모델에 대해 자발적 판매 중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부 조치가 확정되기 전 선제적 방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BMW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3·5·7시리즈의 모델들은 서류 위변조 명단에 대부분 포함돼 있지 않아 계속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BMW가 입는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계가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에 이어 또다시 대형 악재를 만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독일차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박세환 손재호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BMW, 시험일자·車 이름 실제와 다르게 바꿔 서류 제출
입력 2017-11-1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