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수석의 前 비서관 영장에 수뢰혐의 적용
롯데홈쇼핑 ‘범죄사실’ 누락
2015년 조건부 재승인 받아
비서관 윤씨, 심사 하자 파악
후원금 요청 시기와 맞물려
田, 협회가 3억 후원받기 前
강현구 사장 만남도 확인
롯데홈쇼핑의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제공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병헌(사진)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 비서관 윤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업무상 횡령, 범죄수익은닉 외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롯데홈쇼핑이 2015년 7월 한국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 3억3000만원을 뇌물로 판단한 것이다.
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윤씨는 2015년 5월 롯데홈쇼핑 측에 “롯데에서도 게임단 같은 걸 하는 게 어떤가. 그게 힘들다면 대회 후원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윤씨의 이 같은 후원 요청이 롯데홈쇼핑 측의 방송 재승인 관련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014년 납품 비리 혐의로 신헌 전 대표 등 전·현직 임직원 10명이 기소됐다. 그런데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심사위원회에 신 전 대표 등 2명의 유죄 사실을 누락한 사업신고서를 제출해 2015년 4월 30일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임직원 범죄 경력은 감점 사유라 정상 평가됐다면 재승인이 거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전 수석이 당시 소속돼 있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업무와 직접 연결되는 사안이다. 그 다음 달 재승인 심사의 하자를 파악한 윤씨는 미래부 공무원을 불러 질책하는 등 롯데 측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롯데홈쇼핑 측에 후원금을 요청한 시기와 맞물린다.
롯데홈쇼핑은 결국 한국e스포츠협회 측과 논의를 거쳐 6월 하순 3억3000만원 후원을 결정했으며, 윤씨의 문제 제기도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씨를 비롯해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수석의 또 다른 전직 비서관 김모씨와 공범 배모씨의 영장 청구서에 전 수석을 공범으로 기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3억3000만원 후원 논의 과정에 전 수석이 등장하는 데다 홈쇼핑 재승인 문제가 5급 비서관 수준에서 다룰 사안이 아닌 점 등에 비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이 협회에 후원하기 전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홈쇼핑 측은 “(강 전 사장이 전 수석을) 만난 적은 있으나 홈쇼핑 재승인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둘 사이의 대화 내용도 살펴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 등 3명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았다. 윤씨는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하지만 김씨와 배씨는 빼돌린 후원금 1억1000만원을 서로 나눠가졌다며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스포츠에 낸 3억은 뇌물”… 檢, 부정한 청탁 대가 판단
입력 2017-11-09 21:54 수정 2017-11-09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