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과 설전 벌인 유성엽 이어
非安계 의원도 비판 대열 합류
대규모 분당·이탈사태 없을 듯
동교동계 고문단 오찬 회동
“우리는 당에서 마음 떠났다”
호남출신 의원들 위기감 반영
“시비 떠나 적정선 중재자 필요”
국민의당 내 ‘안철수 때리기’가 심상치 않다. 안철수 대표와 SNS로 원격 설전을 벌인 유성엽 의원에 이어 이상돈·박주현 등 비(非)안철수계 의원들이 돌아가며 안 대표 비판 대열에 참전하고 있다. 당 내홍이 대규모 분당이나 이탈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다. 다만 구조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당 기반이자 활로인 ‘호남’과 ‘지방선거’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갈등 국면은 어제로 일정 수준 진정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안 대표가 이스라엘에서 귀국해 8일 의원들의 정례모임인 수요 오찬에 참석했고 의원들과의 소통으로 갈등이 일부 진정됐다는 것이다. 회동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참석 의원 중 일부는 불쾌감을 표출했다. 박주현 의원은 이날 “매주 있던 모임 중간에 안 대표가 와서 식사하고 사진 찍었다고 해서 다 소통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소통이 아니라 정치의 기본, ABC의 문제”라며 “별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크지 않다. 안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직 사퇴 등 반응이 없을 경우 조직적 움직임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박 의원은 앞서 ‘정 떨어지면 함께 못 한다’는 취지의 글을 동료 의원들이 참여하는 메신저방에 올렸다.
호남 중진들과 가까운 당내 동교동계 고문단은 이날 오찬회동을 했다. 이들은 “이미 많은 고문들은 실망이 크고, 당에서 마음이 떠났다”고 경고했다. 이훈평 고문은 오찬 후 브리핑에서 “당대표의 발언으로 시작해 여러 마찰이 생겼고, 이것이 밖으로 불거져 당원들도 굉장히 실망해 동요한 것으로 안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 드라이브를 비판했다.
이런 공개 설전은 반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특히 호남 지지기반 유지에 위기감을 느끼는 의원들의 절박함에 기인한 바가 크다. 당 관계자는 “결국 내년 지방선거 성과로 총선을 향한 교두보를 만들어야 당도 생존하고 의원들도 버틸 수 있다”며 “무조건 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중도통합만 바라보는 건 위험하다는 시각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 비판을 자제하면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에 우호적일 것’이란 기대 자체가 순진하다는 반론도 있다. 안 대표 측이 중도 연대·통합을 추진한 배경에도 마찬가지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외연 확장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라며 바른정당과 정책·선거연대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당은 다음 주 의총을 열어 당의 진로를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
당내 양 극단의 목소리만 표출될 뿐 완충지대가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생각이 다르면 치고받을 수 있지만 다른 당에 비해 완충역할을 해줄 중도 목소리가 없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누군가 적정선을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때리기’ 왜?… “호남·선거 다 놓칠 순 없어”
입력 2017-11-1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