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양국 민감한 부분 건드리지 않고
서로 자제 기존 입장 재확인 그쳐
트럼프, 習 면전서 무역불균형 거론
투자·구매 계약 따내는데는 성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9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현안으로 예상됐던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는 징후를 보여주지 않았다.
양 정상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대북 결의를 전면 이행키로 합의했다”고 한목소리로 확인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양국 정상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반복해 왔던 수사의 연장선이었다. “북한이 무모하고 위험한 길을 포기할 때까지 경제적 압박을 높여가기로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나,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협상을 통한 핵 문제 해결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시 주석의 말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와 시 주석의 ‘제재와 대화 병행’이란 이견만 다시 확인한 셈이다.
결국 북핵 문제는 양국 정상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서로 양보를 하고 표현도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8일 한국 방문 시 비무장지대 방문까지 시도할 정도로 북한 문제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따라서 그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고강도 조치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 회담 결과는 달랐다.
대신 이번 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늘 강조해 온 무역 불균형 문제가 핵심 안건으로 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원하며 오늘 시 주석과 우리 관계의 만성적 불균형에 관해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에 화답하듯 2500억 달러(약 279조원)어치의 투자·구매 계약 결과를 제시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문을 닫는 게 아니라 더욱 활짝 열겠다. 더욱 개방적이고 투명한, 질서 잡힌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액화천연가스, 원유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성과로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어느 정도 시정했다는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투자·구매 계약 상당수가 법적 구속력이 약한 양해각서(MOU) 형태여서 실제로는 빈껍데기 계약이 될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저자세 외교를 펼쳤다고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관계 불균형을 중국이 아닌 역대 미국 정권 탓으로 돌려 비난을 받았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동성명에는 “중국에 대한 칭찬 이외에는 다른 어떤 말도 들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는 중국을 탓하지 않는다. 장사를 잘해서 이익을 본다고 탓하면 되겠느냐. 이를 방치한 이전 정부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융숭한 대접을 즐기는 사이 글로벌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G2, 발언수위 조절… ‘북핵’ 큰 진전 없었다
입력 2017-11-09 19:12 수정 2017-11-09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