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새 2명 ‘아웃’… 이 빠진 英 내각, 힘 빠진 메이

입력 2017-11-10 05:00
영국 ‘브렉시트 협상’ 비상

영국 '브렉시트 협상' 비상
국제개발부·국방장관 사임
국무조정실장 컴퓨터서 음란물 발견
외무장관은 말실수로 사임 압력
내부 동력 떨어져 협상 난항 예고

테리사 메이(61) 영국 총리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잇따른 스캔들로 내각에서 일주일 만에 장관 2명이 연달아 사임하면서다. 내각 개편이 불가피해지면서 그렇잖아도 지지부진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동력이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현지 일간 가디언은 프리티 파텔(45·여) 국제개발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메이 총리와 6분간의 짧은 면담 끝에 사임했다고 전했다. 지난 3일부터 언론에 이스라엘 관리들과 수차례 비공개 회동한 사실이 BBC방송 등에 보도되면서다. 영국 관료들은 외국 정부 인사를 만날 때 반드시 자국 정부에 알려야 한다.

보도 이후 파텔 장관은 가디언에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회동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6일 메이 총리와의 면담에서 이를 철회하고 12차례 비공개 회동했다고 시인했다. 이후 내부 조사에서 2차례의 비공개 회동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파텔 장관은 회동에서 이스라엘의 시리아 골란고원 지원활동에 힘을 보탤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병합 뒤에도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더 문제가 됐다.

이미 메이 내각은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이 과거 자신의 성희롱 전력이 문제가 되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존슨 외무장관은 최근 가족을 보기 위해 이란에 들른 영국 여성에 대해 “이란 사회에 저널리즘을 가르치려고 방문했다”며 경솔한 발언을 내뱉어 해당 여성이 이란 정부에 체포되는 빌미를 제공한 이후 사퇴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메이 총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데미언 그린 국무조정실장도 2008년 의회 업무용 컴퓨터에서 음란물이 발각된 사실이 최근 폭로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장 타격을 입는 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월 총선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한 이후 협상 테이블에서 눈에 띄게 힘을 잃은 상태다. 국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축소되면 EU 회원국들에 내밀 수 있는 협상카드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인도계 우간다 출신인) 파텔 장관은 메이 내각 구성원 중 유일한 소수인종 여성 장관으로서 브렉시트 지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파텔 장관의 빈자리를 메울 후임으로는 대표적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페니 몰던(44) 복지담당 국무성 장관, 하원에서 브렉시트 주장에 앞장선 안드레아 레드섬(54) 하원대표 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