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진정성 있는 대북 제재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입력 2017-11-09 17: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일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의견을 같이했다.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의 모든 대북 결의안을 전면적으로 이행하기로 했다. 북한이 무모하고 위험한 길을 포기할 때까지 경제적 압박도 늘려나가기로 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한 대북 집단행동 필요성도 담겼다.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둔 원론적 수준의 합의로 볼 수 있다. 구체적이고도 새로운 대북 해법은 눈에 띄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행사에서 ‘시 주석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대북 석유공급 일시 중단, 중국 내 북한 계좌 폐쇄, 북한 노동자 추방 등 3가지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대신 환율조작국 지정, 보복 관세 등을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사실상 대북 무역을 단절하라는 최후통첩이다. 이에 시 주석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관계가 소원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북한은 전략적 자산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남아 있는 돈줄마저 죈다면 김정은 정권의 붕괴로 이어져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대규모 경제협력 선물보따리로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 요구를 희석시킨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내놓은 제재 조치도 진정성이 의심된다. 신의주를 제외한 북한 내 관광을 전면 금지했다. 신의주 관광도 당일치기만 허용했다. 지난해 100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북한 관광에 나선 점을 고려할 때 타격이 예상된다. 국경 지역 밀무역 업자 단속도 강화했다고 한다. 장마당 경제를 전적으로 국경 밀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뼈아픈 조치다. 그러나 여행 제한 조치와 밀무역 단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끝나면 슬그머니 원상회복시킬 수도 있다. 미국의 압박과 언론의 관심이 높을 때만 제재 시늉을 해왔던 중국이 아니던가. 과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벽하게 이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도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유다. 중국은 아직도 북한의 든든한 뒷배 노릇을 하고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중국의 일관되고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다. 북핵은 전 세계적 대응이 필요한 글로벌 위협이다. 중국이 책임 있는 글로벌 강국으로 대우받으려면 북한 핵 개발 움직임을 자제시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김정은을 무장해제시켜야 한다. 이제는 시 주석이 행동할 때다. 11일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시 주석이 진전된 대북 제재 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만약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땐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결단이 필요하다.